매일신문

꼭두 되살린 김옥랑 꼭두박물관장

"저승 안내자 '꼭두', 지친 삶 달래는 한국의 천사"

"무관심 속에 버려진 꼭두가 마치 제 모습 같았어요. 꼭두를 수집하며 제 존재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라지는 꼭두를 되살려 낸 '꼭두 엄마' 김옥랑(63) 꼭두박물관장. 김 관장이 국학연구소 대구경북지부의 초청으로 12일 연구소를 방문해 '꼭두와 함께한 나의 문화실천 40년, 전통의 현재적 재창조'라는 주제 특강을 했다.

꼭두는 전통장례에서 상여를 장식했던 목조작품이다. 상여 둘레에 배치돼 죽은 자의 영혼을 지켜주고 위로하면서 저승까지 안내해 주는 존재였다. 꼭두는 삶과 죽음을 이어주는 '한국의 천사'다.

꼭두에는 이처럼 따뜻한 메시지와 독특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지만 급격한 도시화, 산업화와 함께 전통 상여가 사라지면서 존재를 감췄다. 지금은 수가 적어 골동품 취급을 받을 정도로 귀해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존재의 상실감이 매우 컸습니다. 많이 고독했고 정체성의 혼란으로 많이 방황했습니다. 그러다 청계천 시장에서 우연히 꼭두를 만났는데 무관심 속에 버려진 것이 마치 내 모습 같았어요. 그 만남에서 위안을 얻었죠."

김 관장은 꼭두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로 "꼭두가 조선시대의 양반문화가 아니라, 평민문화에 속해 있었고, 상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관장은 "당시 아무도 꼭두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상황에서 꼭두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게 됐다"면서 "하나둘씩 수집하다 보니 40여 년이 흐른 지금은 2만여 점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꼭두를 살리기 위해 꼭두와 공연 예술을 접목시켰다. 꼭두가 지니고 있는 긍정과 치유의 메시지를 예술적 방식으로 재창조해 현재의 삶 속으로 끌어들였다. 1984년 극단 '낭랑'을 창단해 꼭두극을 무대에 올렸고 1989년 꼭두 도록 출간을 계기로 많은 국내 전시에 참여했다. 김 관장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문화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는 신념이 생겨났다"고 했다.

꼭두는 김관장의 신념과 열정에 의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4년 국제사회에 꼭두를 최초로 소개한 이후. 2007~2010년 미국 6개 도시 순회전을 연 데 이어 2012년 런던올림픽 기념 한국 문화축제 특별전시, 2013~2014년 유럽 4개국 순회전시 등을 통해 유럽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김 관장은 2010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 꼭두박물관을 개관했다. 꼭두의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오늘날 꼭두의 전통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꼭두를 활용한 다양한 기획 전시와 각종 교육, 캐릭터 제작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꼭두는 중요민속문화재 제266호인 경산상엿집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다"고 했다. 꼭두박물관의 전시기획력과 이 연구소에서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사료가 만나면 각종 전시와 기획, 서적 발간 등이 가능하다는 것.

김 관장은 "꼭두의 소중한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젊은이들에게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실천하고 몰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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