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리더십과 펠로십

14년 전이다. MBC 100분 토론에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주제는 '정치인의 리더십'에 관한 것이었고, 방청객 질문 코너에서 용감하게 손을 들었다. '리더십(Leadership)도 중요하지만, 펠로십(Fellowship)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질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기자 생활 12년 만에 처음 쓰는 칼럼 주제를 '리더십과 펠로십'으로 정하면서 오래전 일을 떠올렸다. 2014년 현재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리더십과 펠로십의 조화가 절실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리더십 부재와 함께, 펠로십 실종으로 더 큰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래서는 국력이 한곳으로 모일 수 없다.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리더들을 평가하자면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이다. 국무총리 내정자는 두 번이나 낙마하고, 사퇴한 정홍원 총리가 유임됐다. 경제·사회부총리를 비롯한 장관 내정자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역시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 대통령을 향해서도 '박근혜도 별수 없네'라는 얘기를 한다.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원들을 욕하고 탓하기는 쉽다.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생각을 조금 바꿔보자. 조금 부족한 리더라도, 그 구성원들이 따뜻하게 품어주는 펠로십이 리더십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다.

국민들이 좋은 정치인, 큰 지도자, 능력이 검증된 리더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 지도자의 건전한 마인드와 실천력은 나라를 바꾸기도 하고, 그 지역을 풍요롭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잘 이끌고, 잘 따를 때라야 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지도자라도 국민들이 '어디 잘하나 한번 보자'는 식이라면 잘 될 턱이 없다. 그런 공동체 구성원들은 리더가 어려울 때, 동참하기보다는 외면'실망'좌절 쪽을 택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큰 지도자가 등장했을 때는, 그 구성원들이 잘 따라줬다. 이것이 바로 리더십 못지않은 펠로십의 더 큰 힘이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프랑스의 드골, 인도의 간디 등을 봐도 자국 국민들의 절대적인 성원과 지지가 그들을 세계 역사에 길이 남는 지도자로 우뚝 세웠다. 물론 이 지도자들도 바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제2차 세계대전 전 드골은 상관 말을 죽어라 듣지 않는 골칫덩이 대령이었다. 하지만 군인으로서 미국과 영국에 협조를 구하지 않고, 동맹국으로서 동일한 지위를 원했다. 이 당당한 모습에 프랑스 국민들은 그를 지지했고, 독재자라는 오명 속에서도 프랑스의 자유와 자존심을 지킨 위대한 거인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프랑스 국민들은 드골의 못난 점을 질책하기보다는 강단 있는 모습에 지지를 보낸 것이다.

지난달 6'4 지방선거를 통해 대구경북 지역에도 새 지도자들이 등장했다. 대구시장도 그중 한 명이다. 일부 시민들은 걱정이 많은 탓인지 부정적인 시각 탓인지 아직 업무보고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새 시장을 향해 '전 시장들과 뭐 별반 다를 게 있겠느냐'고 체념 섞인 얘기를 하기도 한다. 이런 시선은 새 지도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바람직한 펠로십은 더더욱 아니다.

대구시의 새 리더 권영진 시장과 경상북도의 3선 지도자 김관용 지사가 4년 임기의 닻을 올렸다. 시작부터 부정적인 펠로십으로 리더들을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 대구시민과 경북도민들이 힘을 실어주자. 더불어 잘못했을 때는 애정을 듬뿍 담아 회초리를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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