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인구의 지구호(號)에는 193개 나라가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가운데 가장 철학적이며 심오한 상징을 담은 것은 태극기이다. 태극기의 흰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민족성을 상징한다. 중앙의 태극 문양, 네 모서리의 건곤감리 4괘는 음양에 의한 우주의 생성과 순환 원리를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태극기의 모습이 구한말 이후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파랑과 빨강으로 구분된 중앙의 태극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분단된 한반도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공교롭게도 옆으로 누운 S자 형태의 음양 구분선은 한반도의 허리를 가른 휴전선의 모양과 닮았다. 태극기는 1882년 최초로 사용된 후 그 이듬해 정식국기로 채택됐는데 당시에는 중앙의 태극이 지금과 달리 왼쪽으로 90도 기울어 있었다. 중앙의 태극을 에워싼 4괘는 마치 한반도 정세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4대 열강 즉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상징하고 있는 듯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금의 국제정세는 태극기가 처음 사용된 구한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극우로 치닫는 일본은 집단자위권 행사를 운운하며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는 등 드러내놓고 일본 편을 들고 있다. 한'미'일 삼각군사동맹과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통해 대 중국 포위망을 완성하겠다는 그들의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중국은 남한과의 공고한 관계 구축을 통해 미국'일본의 압박을 견제하고 싶어한다. 중국의 주석 시진핑이 북한을 제쳐놓고 우리나라를 방문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우리와 외교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일본은 북한과의 '수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우리로서는 전혀 새로운 격동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외교에서는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다. 불과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해 밀착 외교 제스처를 취했던 시진핑은 9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든다. 만약 한일군사협정을 체결한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하겠다며 북한땅을 침공한다면 우리는 누구와 싸워야 할까?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의 미래와 실리를 보장하는 균형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