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천여 농민들이 14일 오후 한'중 FTA 협상장인 엑스코(대구 북구 검단동) 인근에서 FTA 체결 반대를 주장하는 '전국농축산인 결의대회'를 열었다.
34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한'중 FTA 중단 농축산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이날 오후 2시 산격대교에서 결의문을 낭독한 뒤 3시 20분쯤 깃발, 현수막, 피켓 등을 앞세우고 행진을 시작했다. 비대위는 유통단지 전자관 앞에 이르러 협상 반대 구호를 외쳤다. 농민들은 "중국 농산물이 들어오면 우리 농산물 시장과 농민들이 다 죽는다. 정부는 협상을 중단하고 농민들을 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에서 농민, 대학생, 정당인 등 3천800여 명(경찰 추산'주최 측 추산 6천 명)이 참석했고, 경찰 54개 중대 4천590여 명이 동원됐다.
농민들은 한'중 FTA 반대를 주제로 각종 퍼포먼스를 펼쳤다. 10여 명의 농민은 얼음으로 만든 '한'중 FTA'라는 글자를 망치로 10분간 깨부쉈다. 삼베 상복을 입은 영주 농민 10명은 "안전한 먹거리, 식량주권은 죽었다"는 뜻으로 우리 농산물에 검은 리본을 두른 피켓을 하나씩 들고 서 있었다.
농민 김모(51) 씨는 "미국, 칠레에 이어 중국에서까지 무관세로 농산물을 들여오면 우리 농산물은 필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소리쳤다. 의성에서 온 농민 황정미(46) 씨는 "부부가 함께 마늘, 벼농사를 짓고 소를 키워 판 돈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이 협상이 체결되면 지금껏 하던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 무슨 수로 세 자녀를 키울지 막막하다"고 했다.
대학생들과 정당인들도 농민들에게 힘을 보탰다. 동아리회원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성균관대 노동문제연구회 회원 장재원(22) 씨는 "6박 7일 동안 농활을 하면서 농민들의 삶을 경험했다. 농민들의 터전과 삶이 내팽개쳐지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통합진보당 대구시당 송영우 지방자치위원장도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고 국내 농산물 자급률도 떨어지는 상황에 한'중 FTA를 체결하는 것은 농업말살정책을 펴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며 FTA 재검토를 주장했다.
대회에서 농민과 경찰 간의 큰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경상북도연맹 이상원 간사 등 5명이 경찰이 설치한 차 벽 위로 올라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다 경찰에 연행돼 1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은 이날 오후 7시 대구공산수원지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해 협상이 끝나는 18일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또 17일에는 일부 농민단체가 중구 동성로에서 한'중 FTA 저지를 위한 삼보일배와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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