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뭄에 이어 마른 장마까지 겹쳤다. 가뭄에 대한 걱정이 번지고 있다.
가뭄을 막아내고 있는 가장 큰 무기는 4대강 사업과정에서 증축된 도내 곳곳의 저수지다.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벌어진 도내 21곳 저수지는 농촌 현장의 가뭄을 극복해내고 있다. 4대강 사업의 한 축인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은 A학점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식수원인 낙동강 수질이 악화하면서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축인 보(洑) 설치에 대한 성적표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4대강 사업의 명암이 엇갈리는 것이다.
◆물 많아진 저수지…도내 21곳 새로운 수자원, 의성 안계평야 등 가뭄에도 모내기 마무리
마늘 주산지이자 도내에서 가장 넓다는 안계평야를 갖고 있는 의성. 올 들어 이곳엔 고작 225.9㎜의 비가 내렸다. 예년 같은 기간 평균(411㎜)의 절반 정도다.
극심한 가뭄에도 불구, 경북의 4대 평야 가운데 하나인 안계평야의 올해 모내기는 무리 없이 끝났다. 요즘도 가뭄은 계속되고 있지만 과수원 등지에서 물이 없어 아우성치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의성의 한 농민은 "안계평야 주변은 모내기 때면 항상 물이 부족했다. 하천을 파 물을 퍼내도 항상 물이 모자랐는데 올해는 비가 적게 와도 이상하게 물 걱정이 없다"고 했다.
의성의 경우, 4대강 사업이 벌어진 이후 옥산면 금봉저수지와 가음면 가음저수지의 둑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금봉저수지는 종전 146만t인 저수량을 730만t으로 4배 정도, 가음저수지도 244만t이던 저수량이 463만t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소형 물그릇이 대형으로 변한 것이다.
경북도 집계 결과 도내 21곳 저수지의 둑이 높아지면서 1만ha 가까운 도내 농경지가 새로운 수자원을 획득, 올해 가뭄을 잘 견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어촌공사 의성군위지사 관계자는 "올봄 극심한 가뭄에도 안계평야를 비록한 의성 서부'동부지역에 농업용수를 충분히 공급해 모내기 등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4대강 사업에서 금봉'가음저수지의 둑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4대강 사업의 성과가 가뭄 시기에 증명되고 있다"고 했다.
◆물길 막힌 낙동강…물 흐름 느려져 녹조·큰빗이끼벌레 급증, 댐 담수량 적어 수질 더 악화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축인 낙동강 보(洑) 설치 이후 올해 가뭄이 심해지면서 낙동강 수질에 대한 걱정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심한 마른 장마로 낙동강 곳곳에 만들어진 보 주변에서 녹조가 확산되고 최근에는 정체된 물에서만 서식하는 외래종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까지 발견된 것이다.
흐르는 물의 기능을 어느 정도 갖도록 주기적으로 낙동강 보의 수문을 개방해 물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경북도당은 이달 9일 4대강 보 수문 개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 당은 성명서에서 "보 수문을 열어 낙동강 수생태계 복원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뭄으로 보 문을 여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낙동강 중'상류지역 댐 방류량이 줄어들면서 낙동강의 물 고임이 심해지다 보니 식물성 플랑크톤이 급증, 수중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녹조 현상 등으로 수질악화가 심해지고 있다.
14일 녹색연합에 따르면 녹조뿐만 아니라 남조류 발생량 역시 크게 증가했다. 초여름(6월)임에도 강정고령보는 10만 세포 이상, 달성보는 20만 세포 이상, 합천창녕보는 약 30만 세포에 달했다. 칠곡보(3만2천286세포/㎖), 강정고령보(18만7천935세포/㎖), 달성보(21만1천128세포/㎖) 등으로 녹조류 6월 최고치는 2012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조류경보 수준의 남조류 세포수(5천 세포/㎖ 이상)가 처음으로 발생한 시기도 예년에 비해 앞당겨졌다. 2012~13년에는 7월 내지 8월이 되어야 경보 수준의 남조류 세포수가 출현했지만 올해는 6월부터 8개 보 가운데 6개 보에서 조류 경보 수준의 남조류가 확인됐다.
특히 녹조현상이 극심했던 지난해 안동댐 등 낙동강 상류댐 물의 방류로 희석하는 등 위기를 넘기곤 했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담수량이 적어져 댐 방류 대책도 못 세우고 큰 비를 동반한 장마나 태풍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중부물관리센터 측은 "댐과 보의 수문을 개방해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는 문제는 연간 강우량과 저수목표량, 갈수기 식수나 농업'공업용수 확보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녹조가 극심했던 지난해는 4, 5차례 정도 상류댐과 낙동강 보의 수문을 개방했지만 올해는 기상상황을 바라보는 상태"라고 밝혔다.
◆계속되는 마른 장마…의성 22.5mm, 영주 29mm 강수량 20% 불과
지난달 중순 장마전선 북상이 시작됐다는 예보가 나왔지만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시원스러운 빗줄기를 구경하기 어렵다. 연일 구름만 낀 채 비가 내리지 않는 이른바 '마른 장마'가 계속되는 것이다.
15일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장마철'로 분류되는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대구의 강수량은 87㎜. 평년 강수량 101.6㎜와 비교해 85.6%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의성은 이 기간 22.5㎜밖에 내리지 않아 평년(105㎜)의 21.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영주도 평년(133.6㎜)의 21.7%(29㎜)에 불과했다.
강수량뿐만 아니라 강수일도 예년 같지 않다.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비가 내린 날은 7일로 이 가운데 장마전선 영향으로 비가 내린 날은 4일뿐이다.
대구기상대 손희정 예보관은 "우리나라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 덩어리가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을 북쪽으로 확장하지 못하게 막고 있어 장마전선이 한반도 가운데까지 치고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비 소식은 없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16, 18일 대구경북에 비가 내리겠지만 4~12㎜에 그칠 전망이다. 속 시원한 해갈은 안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18일 비가 그친 뒤 25일까지는 비 소식이 없다. 제대로 된 비 한 번 내리지 않고 올해 장마가 끝날 처지다.
대구기상대는 이달 하순까지 큰 비가 없는 마른 장마가 반복되다가 이달 말쯤 장마전선이 물러나면서 다음 달 초부터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음 달까지 가뭄이 계속된다는 것이 기상대의 예보다.
가뭄이 이어지면서 대구경북지역 주요 댐의 저수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안동댐의 15일 현재 저수량은 3억3천만㎥로 지난해 같은 시점(6억4천580만㎥)의 절반(저수율 26.5%)에 그치고 있다. 임하댐, 운문댐도 저수율이 각각 27.9%, 24.7%에 머물고 있다. 평년보다 20%포인트 정도 낮은 저수율이다.
김성우 기자 이희대 기자 최경철 기자 홍준표 기자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