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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다리'誌 필화사건, 평론가 임중빈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으로 가기 위한 체제를 강화해 가던 1970년, 월간 '다리'지 11월호에는 문학평론가 임중빈 씨가 쓴 '사회참여를 통한 학생운동'이라는 글이 실렸다. 중앙정보부는 이 글을 문제 삼아 필자와 발행인 윤재식, 주간 윤형두 씨를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사상계' 폐간 직후인 1970년 9월에 창간된 '다리'는 당시 김지하'한승헌'김동길 씨 등 논객들이 참여해 여론을 주도했던 종합시사지였다. 김대중 후보를 적극 지지하던 김상현 의원이 운영하던 잡지였고, 필자 임중빈 씨는 김대중 후보의 자서전을 대필하고 있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임중빈 씨의 구속은 김대중 후보 자서전이 선거 국면에서 제때에 나올 수 없게 하려는 정치공작이라는 설이 분분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1년 4월 27일 김대중 후보의 거센 도전을 간신히 따돌리고 어렵게 3선에 성공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71년 오늘 열린 1심 선고에서 목요상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문제의 논문은 북괴를 찬양, 동조, 고무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반공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평론가로 등단한 임중빈 씨는 1960년대에는 참여문학 논쟁을 이끌었고 안창호, 한용운 등 근대 인물 연구에도 매진했다. 2005년 66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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