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덕 천지원전 원점 재검토, 이유는?

"반대여론 만만찮아…직접 주민 의견 듣겠다"

울진원전과 월성원전 모습.
울진원전과 월성원전 모습.

지난달 25일 영덕에 정부로부터 원전 자율신청지원금 130억원이 교부될 때만 해도 영덕군 원전건설은 기정사실화 되는 듯했다. 하지만 새 군수로 당선된 이희진 군수는 취임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원전건설 방향에 대해 그다지 적극적인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나아가 최근에는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원전소위원회 설치 방침까지 밝혔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신임 군수의 정책 변화?

먼저 이 군수의 지방선거 과정 중에 '핵 없는 안전한 대구경북을 위한 유권자연대'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보자. 이 군수는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경주 월성1호기에 대해서는 '폐쇄' 의견을 내놨고, 신규 부지에 대해서는 '안전성에 대한 대안 마련 후 유치에 찬성'한다는 조건부 입장을 밝혔다.

이 군수는 반핵단체들의 9가지 공약 제안 중 ▷방사능 안전 학교급식 조례 제정 ▷고효율 LED 조명 보급 ▷대형 신축건물 신재생에너지 심의기준 강화 ▷에너지 복지조례 제정 등에 반영 의사를 밝혔다.

이 군수는 '반핵론자'는 아니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원점재검토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군수는 선거 과정에서 주민들의 조용한 원전반대 의견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주민들의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것을 체감했다.

이 때문에 원전을 추진하더라도 또는 반대하더라도 이 군수가 직접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자신의 방식'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영덕의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이 군수의 최근 군청 인사에서만 봐도 '김병목 전 군수 흔적 지우기' 행보가 심심찮게 보인다. 물론 당연한 행보이지만 이번 원전 논의도 그런 연장 선상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 주민투표는 예측불가

어찌 됐건 원전소위에서는 모든 논의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인근 삼척이 원전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 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에 영덕도 반대 여론이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2월 영덕주민 여론조사에서 찬성 43.2%, 반대 39.1%로 팽팽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주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영덕군의 한 관계자는 "2010년 원전 유치 신청을 할 당시 원전이 영덕 발전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불릴 정도로 찬성 일색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는 2012년 원전부지 지정 이후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 여파와 원전 비리 등으로 주민들의 불신감과 피로감이 크게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희진 군수의 원전유치 재논의가 신임 군수의 입지 다지기의 한 방편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핵 없는 안전한 대구경북의 위한 유권자연대' 관계자는 "이 군수가 만약 원전소위를 가동하고 나아가 주민 찬반 투표까지 붙인다면 그것은 아마 찬성을 전제로 한 모양 내기가 아니겠느냐. 삼척의 경우와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전소위가 설령 주민투표를 도출하지는 못하더라도, 지난달 교부된 자율신청지원금 130억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대한 논의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정부로부터 추가지원을 받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9개 읍면이 사용처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 군수가 자율신청지원금을 직접 어느 곳에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것보다 원전소위를 통해 결정할 경우 부담을 훨씬 덜게 된다. 또 삼척이 원전 백지화를 결정할 경우 정부에 대한 압박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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