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리치료사들의 '분노'…병원 상근 기준 폐지 추진에 반발

1인당 담당 환자도 늘려 "처우 악화" 개선안

대구 수성구 한 신경외과의원의 물리치료사 A(34) 씨는 하루에 환자 20~30명을 1인당 40~50분씩 치료한다. 환자가 몰리는 시간대가 보통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3~5시라 이때는 그야말로 정신이 없다. 초음파 치료나 전기치료를 할 때는 기계 조작 비중이 높아 일이 적은 편이지만, 운동치료를 할 때는 30분 내내 환자의 근육을 풀어 줘야 해 치료를 마치면 온몸의 진이 다 빠진다.

지난달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의'정 합의 이행추진단'이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내용을 담은 '물리치료사 상근기준 개선안'을 마련하자 대한물리치료사협회와 전국의 물리치료사, 대학 물리치료학과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개선안은 현행 물리치료사의 병원 상근 기준을 없애고, 치료사 1인당 30명으로 제한된 담당 환자 제한을 늘린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안이 확정되면 국회에 상정해 의료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물리치료사들은 "지금도 근무강도가 높은데 이 안이 통과되면 더 힘들어질 뿐 아니라, 상근 기준 철폐로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뀔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의'정 합의 이행추진단이 발표한 이 안은 ▷30명으로 지정된 1일 물리치료 인원 제한 완화 ▷의사의 물리치료 행위 인정 ▷물리치료사 상근 기준 삭제 ▷1일 1부위 치료 제한 삭제 ▷질환별 치료 횟수 제한과 물리치료비 청구 가능 횟수 제한 삭제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 안이 발표되자 대한물리치료사협회는 의협과 보건복지부끼리만 마련한 개선안을 인정할 수 없다며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전범수 대한물리치료사협회장은 "이번 안은 물리치료사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의 물리치료학과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도 강하다. 김태호 대구대 물리치료학과 교수는 "교수들이 앞장서서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SNS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곳곳에 알리고 있다. 대구대 물리치료학과 이모(25) 씨는 "학생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개선안 소식과 내용을 공유하며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의사들은 개선안을 환영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현재 농어촌 지역 의료기관에서는 월요일과 장날 등 특정일에 환자가 몰려 물리치료사 구인난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개선안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애초 6월 말까지 이 안을 확정해 이달 중 국회에 상정해 통과되는 대로 이를 적용하려 했으나 물리치료사 등의 반발로 처리를 보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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