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은 초복이다. 여름을 잘 보내야 하니 이때쯤 보신용으로 뭘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지만 결국 값싸고 요리하기 편한 닭으로 돌아선다. 문제는 어떤 닭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느냐는 것인데 역시 복날에는 닭에다 한약재를 넣고 같이 푹 삶아 먹는 '백숙'이 제격이다. 쫄깃한 고기와 뜨끈한 국물 한 그릇 후루룩 마시며 땀 한 번 닦고 바깥바람 쐬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것이다. 올여름, 푸짐한 양과 담백하고 신선한 닭백숙 맛으로 승부를 거는 식당이 나타났다. 대구 동구 신평동에 있는 '꿈채닭백숙'이 바로 그곳이다.
◆옹기그릇에 끓여내는 토종닭백숙
동네 이름이나 토속적인 상호를 걸게 마련인 다른 닭백숙집 상호와 달리 '꿈채'라는 예쁘장한 이름을 지은 이유가 궁금했다. 이상운(57) 사장은 "'꿈을 이루는 집'이라는 뜻으로 지었는데, 우리 식당에서 음식 드시고 간 모든 분들이 든든한 기운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힘내시라고 지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칠성시장 맛 동우회 회원 3명이 '꿈채닭백숙'을 찾았다. 이들은 "'맛있는 쌈밥집이 있다'고 해서 점심 먹으러 경주까지 갔다 온 적이 있다"고 말할 만큼 맛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사람들이다. 맛 동우회 회원들이 이곳을 알게 된 데는 주방기구를 판매하는 장창석(43) 씨의 역할이 컸다.
"이상운 사장님이 식당을 만드실 때 주방기구와 그릇 등 납품 계약을 하고 사장님이 만들어주신 닭백숙 한 마리를 먹어봤습니다. 먹어보니 그전에 먹었던 백숙들과 차원이 다른 맛이었어요. 그 이후부터 회식하거나 단합대회, 뒤풀이할 때 이곳을 주로 이용하게 됐습니다."
이윽고 도착한 커다란 옹기그릇에 잘 삶아진 토종닭 한 마리가 인삼, 엄나무, 황기, 가시오가피, 은행 등을 품고 얌전히 누워 있었다. 닭은 이상운 사장이 직접 농장에서 방목해 키운 5개월 이상 자란 토종닭을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너무 크게 자란 닭은 질기고 퍽퍽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식당의 닭은 퍽퍽하다는 가슴살도 부드럽게 씹혔다. 꽤 자란 큰 닭이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는지 비결을 물었다. 이 사장은 "닭을 키울 때 목초액을 섞은 물 등을 먹인다"며 "목초액과 활성탄가루를 먹어서 그런지 닭고기의 육질이 부드러워 손님들이 많이 좋아하신다"고 했다.
동우회 회원 김동훈(43) 씨는 "좋은 닭에 엄선한 약재가 같이 삶아져 나온 국물 한 숟갈 떠먹다 보면 술이 말 그대로 '술술' 들어간다"며 "닭 한 마리로 이렇게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드물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닭백숙을 먹을 때 입맛을 돋워 줄 밑반찬 또한 깔끔했다. 가장 인기 있는 밑반찬이 깍두기인데 닭백숙이 나오기 전 깍두기부터 한 접시 비워버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김동훈 씨는 "닭백숙을 먹다가 깍두기 한 입 베어 물면 닭백숙의 맛이 새롭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깍두기를 포함한 밑반찬도 직접 재배한 채소로 만들기 때문에 무엇 하나 신선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숯가마 찜질 후 먹는 찹쌀 수제비
꿈채닭백숙 식당 옆에는 숯가마 찜질방이 영업 중이다. 식당과 찜질방이 연결돼 있어 찜질방 손님들이 찜질로 땀을 쫙 뺀 후 출출해지면 요기를 하러 오기도 한다. 찜질방 손님들에게도 닭백숙은 인기다. 하지만 닭백숙만큼 인기 있는 메뉴가 있으니 바로 찹쌀수제비다. 미역, 들깨, 북어를 넣어 끓인 국물에 찹쌀로 빚은 새알심이 넉넉히 들어가 있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찹쌀 새알심도 쫀득하니 맛있지만 감동은 국물에서 몰려온다. 텁텁하지 않으면서 구수하고 시원한 국물에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닭백숙을 먹고도 입가심으로 시키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숯가마'의 특징을 살린 메뉴도 있다. '5초 삼겹살'이 그것인데, 숯가마에 5초 동안 넣어 초벌구이한 삼겹살이다. 예전에 숯가마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삼겹살을 먹던 방식을 재현한 것이다. 초벌구이 과정에서 기름이 쏙 빠져 느끼하지 않고 숯가마에 넣었다 빼기 때문에 숯 향이 배어 돼지고기 잡내도 없는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현규(42) 씨는 "여기 음식은 먹고 나면 몸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며 "건강에 좋은 닭백숙 한 마리 먹고 뒤뜰로 나가 시원한 바람 쐬면 이보다 더 좋은 피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정직한 마음으로 만들었기에 맛도 좋다"며 "올여름 우리 가게에서 닭백숙 한 그릇 드시고 힘내서 여름을 이겨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토종한방닭백숙 5만원, 5초 삼겹살 1인분(150g) 9천원, 찹쌀수제비 5천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규모: 100여 석
▷주차장: 50여 대
▷예약: 053) 986-4419, 대구시 동구 신평동 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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