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한 육아, 모유수유] 모유로 아기 키우는 엄마들

"엄마 젖 먹이니 아기 몸 튼튼하고 성격도 순해져"

◆건강한 모유수유아 선발대회

이달 8일 오후 '2014 건강한 모유수유아 선발대회 제10회 대구대회'가 열린 인터불고호텔 행사장. 엄마, 아빠 품에 안긴 아기들이 한데 모였다. 생후 4개월에서 6개월 된 아기들로 똘똘한 눈망울이 모두 건강해 보인다. 모유만 먹는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선발대회 첫 번째 과정은 아기 몸무게 측정이다. 예전의 우량아 대회와 달리 몸무게가 많이 나갈 것 같지 않은 아기들이 대부분이다. 이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건강체크가 이어진다.

"얼마나 건강한지 한 번 볼까요?" 의사가 청진기를 5개월 된 아기의 배에 갖다대자 아기가 놀란 듯 울음을 터뜨렸다. 다른 쪽에서는 심사원들이 아기들의 얼굴 앞에서 딸랑이를 흔들어 보인다. 장난감을 보고 빨리 잡아채는 아기가 발육이 빠르고 건강한 아기다. 엄마 젖을 먹는 모습도 심사과정에 포함돼 있다.

아기의 건강과 인성발달에 좋은 모유수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실천율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모유수유만 하고 있는 대구지역의 생후 4~6개월 된 아기 160명과 가족들이 참석했다. 의사, 간호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성장단계별로 아기들의 키와 몸무게 등 성장과 운동발달 상태에 대한 신체검사를 했고 발육이 빠르고 건강한 40여 명의 아기들에게 대상, 최우수상을 수여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빠들도 많이 참여해 아기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잠을 재우는 등 능숙한 육아 솜씨를 뽐냈고 엄마들이 짬을 내서 아기를 안고 모유를 먹이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6개월 된 아기와 함께 대회에 참가한 김혜경(29) 씨는 "태어나자마자 모유수유를 해서 그런지 아이가 튼튼하고 감기 한 번 걸린 적이 없어요. 성격도 순합니다. 사람을 좋아해요. 모유수유를 해서 그런지 교감도 되는 것 같고요"라며 "둘째를 낳아도 모유를 먹일 계획"이라고 모유 예찬론을 펼쳤다.

5개월 된 아이를 안고 나온 박지연(31) 씨는 "3개월까지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3개월이 지나니 오히려 더 편해졌어요. 분유는 젖병도 소독해야 하고 귀찮기도 하잖아요. 모유 먹이는 게 더 건강하고 친근감이 생기니까 좋죠"라고 말했다. 박 씨 역시 모유를 먹고 자랐다고. 박 씨에게 모유수유를 권한 친정엄마 김미숙(57) 씨는 "모유 덕분에 면역력이 강해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이가 크면서 아팠던 적이 거의 없었어요. 모유수유는 분유수유보다 더 편하고 엄마와 아이만이 느낄 수 있는 유대감을 갖게 해 좋은 것 같아요"라며 모유수유를 권했다.

심사위원들은 건강하게 키우는 첫걸음은 모유수유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대 간호학과 장군자 교수는 "10여 년 동안 심사하면서 보니 모유수유로 자란 아이들이 순하고 울음을 쉽게 그친다. 160여 명 정도 아기가 출전했지만 자지러지게 울거나 울음이 오래가는 아이는 거의 없다"며 "이는 모유수유를 통해 엄마와 아기가 사회적, 정서적 상호작용을 잘 이룬 결과"라고 말했다.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천수 교수는 "모유수유의 중요성은 입증됐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 실천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습니다. 이번 건강한 모유수유아 선발대회처럼 모유수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직장 맘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이 더욱더 필요해 보입니다"고 말했다.

◆모유수유에 대한 인식 변화

모유수유가 아기의 면역력과 친밀감을 동시에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산모에게도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모유수유를 하는 여성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 말 우리나라의 모유수유율은 95%였으나, 분유의 등장과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1985년 59.0%, 1988년 36.4%, 1997년 14.1%로 급감했다. 이후 2009년 26.8%를 거쳐 2012년에는 36.2%를 기록하며 계속 상승하고 있다.

모유수유가 아이에게 좋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산모의 몸매가 망가질까 봐 또는 분유수유가 모유수유보다 쉽다는 점 때문에 모유수유를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기와 산모 모두에게 좋다는 긍정적인 인식으로 개선되면서 모유수유율은 증가 폭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의 모유수유율이 50~70%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모유수유율은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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