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주식이었던 우리에게는 논이야말로 생명의 터전에 다름 아니었다. 그래서 논농사는 경제논리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공익적, 환경적 기능과 함께 정신문화적인 가치를 함께 지닌다. 우리가 벼농사에 식량안보를 걸고 UR(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 농산물시장 개방에도 쌀만은 예외로 묶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은 필리핀과 함께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지난 20년 동안 쌀에 관한 관세화 유예 조처를 받았다. 반면 5%의 관세율이 부과된 의무수입물량은 1995년 5만 1천t에서 2004년 20만 5천t, 2014년 40만 9천t으로 늘려주는 대가를 감수해야 했다. 이는 올해 국내 쌀 생산량의 10%에 이르는 물량이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 쌀 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높은 관세를 부과해 시장을 개방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쌀 관세화 유예 종료' 선언에 따라 내년부터는 설정된 관세를 낸 뒤, 누구나 쌀을 수입해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관건은 정부가 오는 9월 말까지 결정해서 WTO에 통보할 관세율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국제 쌀값의 400% 내외면 국산 쌀의 시장경쟁력 유지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쌀 시장 개방에 농민단체 등의 반발이 만만찮다. 상주, 경주, 영천, 의성 등 경북의 쌀 전업농들도 쌀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면 농가 피해 최소화를 위한 후속 조치 마련에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호주 등 농업 선진국의 경우 쌀 농가 소득의 상당 부분이 정부의 보조금이다. 같은 차원에서 시장 개방으로 이득을 얻는 기업 등에서 농가와 이익을 나누는 각종 벼농사 지원책 확립 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정부는 우선 WTO 농업협정에서 허용된 가능한 최대치의 관세율을 확보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쌀을 양허(관세철폐 또는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시장 개방 후 쌀 생산기반 유지와 경쟁력 제고, 부정유통 방지 등의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 쌀 생산 농가의 불안감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전문가 및 농민단체 등과도 지혜를 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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