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이황·이이·정약용…어떻게 욕심을 버렸나

조선 선비들의 행복 콘서트/ 김봉규 지음/ 행복한미래 펴냄

행복하게 살기 쉽지 않은 시대다. 일시적인 쾌락이나 만족을 행복으로 착각하기 쉬워서다. 진정한 행복은 어떻게 누릴 수 있을까. 혹시 과거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조선 선비들의 글로 본 행복한 인문학 교과서'를 표방한다. 옛 선비들이 펼쳐보인 치열한 고민과 성찰, 그리고 실천은 사실 어렵게 받아들일 필요가 전혀 없다. 그들 모두 행복한 삶을 살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심신을 수양하고, 성현의 가르침을 배웠던 것이다.

조선 선비들이 공부했던 유학(성리학)의 가르침은 다른 종교나 철학에 비해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그래서 조선 선비들의 삶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방도를 어느 부류의 지식인들보다 잘 제시한다. 그들이 남긴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은 행복한 삶을 추구한 조선 선비들이 남긴 글들에서 지금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도 세부적인 실천 지침을 정리해 소개한다. 이황, 이이, 정약용, 류성룡, 이규보, 박지원, 김홍도, 정철, 송시열, 허균 등 조선 선비 50여 명이 전하는 행복 실천 지침은 무엇일까.

조선 선비들은 말년에 '안빈낙도'를 추구하며 행복을 깨닫고, 또 누렸다. 이황은 "가난해도 더욱 즐겁다"고 했다. 물론 공자가 '논어'로 먼저 한 말이다. 이황은 여러 차례 사임을 청한 끝에 69세에 고향으로 내려와 '가난을 편안히 여기고 진리를 즐기는' 삶을 살았다. 조선 중기 학자 김종국도 기묘사화로 축출당한 이후 스스로를 '팔여거사'(여덟 가지 넉넉한 것을 가진 거사)라 칭하며 생을 마감하기까지 20여 년 동안 청빈을 즐겼다. 모두 생각하기 나름인 셈이다. 욕심을 줄이면 행복이 커지는 단순한 진리다. 당대의 이름 높은 선비들도 말년에서야 깨달은 행복의 이치다.

이 밖에도 책에서는 직장생활, 자녀교육, 부부관계, 음식과 건강, 풍류와 멋, 마음수행, 독서, 음주, 죽음 등 현대인들의 삶 속 여러 분야와 연결되는 옛 선비들의 글들을 정리해 소개한다. 또 김굉필의 '한빙계'와 이황의 '고경중마방'을 교재 삼아 마음수행 방법 강의도 펼친다. 저자는 "과도하고 헛된 욕심을 버리는 일이 행복 찾기의 시작"이라며 "끝없는 마음공부로 일상 속 행복나무의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인 김봉규는 현재 영남일보 편집위원으로 있다. 칠곡 출신으로 경북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문화부장, 체육부장, 논설위원 등을 거쳤지만 기자생활 대부분을 문화부에서 보냈다. '조선의 선비들, 인문학을 말하다' '마음이 한가해지는 미술 산책' '머리카락 짚신' '한국의 혼, 누정' 등의 저서가 있다. 312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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