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밥값은 안 하고 밥그릇만 챙기는 국회

6월 임시국회가 법안 처리 '0'건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회기를 마쳤다. 7'30 재보선을 앞두고 여'야는 이구동성으로 민생을 외치고 다니지만 실제 행보는 민생과 거리가 멀다. 지금 국회에는 세월호 특별법을 비롯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김영란법),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법 개정안(유병언법) 등 국가기강을 세우기 위해 처리가 시급한 법안들이 쟁여 있다. 그럼에도 이런 법안들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았으니 밥값을 못한 국회다.

국회는 지난달 24일 하반기 원 구성을 마쳤다. 이후 20여 일 국회를 열었다. 그럼에도 법안 심사를 위한 소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한 곳이 18개 상임위원회 중 태반이다. 세월호 참사 후 관피아 척결을 위해 제안된 김영란법 제정안을 심사할 정무위 역시 소위원회조차 구성하지 않았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350만 국민의 서명까지 받아 요구한 세월호 특별법도 끝내 다음 회기로 넘겼다.

국회의원들이 본연의 의무인 입법 활동에 이토록 소홀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는 국민들의 밥그릇이 아닌 자신들의 밥그릇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만 보더라도 모든 공직자가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을 경우 대가성이 없더라도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공직자들은 이보다 더한 뇌물을 받더라도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빠져나갔다. 국민들은 이 법이 공직사회의 부패와 비리 구조를 막아줄 핵심법안으로 보고 조속한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겉과 속은 다르다. 겉으로는 여'야 없이 처리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론 갖은 이유를 내세워 법을 무산시키거나 약화시킬 궁리만 하고 있다. 물론 이 법이 자신들의 이권다툼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최근 대통령까지 나서 네 번이나 공개적으로 법 제정을 요구했음에도 이 정도다. 이럴 바에야 국회의원들이 통과시키기 싫다고 솔직해지는 편이 차라리 낫다.

국회가 매사 이런 식이라면 국회는 존재의미가 없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국가 개조 수준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민이 뽑아놓은 국회가 당연히 앞장서야 한다. 이런 소중한 때에 국가 개조를 위해 국회에 올려진 각종 관련 법안들이 잠자고 있으니 '식물 국회'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21일부터 국회가 다시 문을 연다. 이번에는 국회가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일 좀 하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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