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초입에 처음 읽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사유의 체계는 물론 내 삶 자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윈 뒤 홀어머니 밑 삼 형제의 맏이였던 내게 이 책은 한 줄기 등불이요 빛이었다. 탈출구를 몰라 헤매던 내게 절제와 능력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진정한 힘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기독교가 전래되기 전 로마인들은 덕과 절제, 교육을 통한 능력을 소중히 하는 스토아철학을 기반으로 우주를 이해하고 인간과의 관계를 설정했다. 이런 사실을 발견한 기쁨은 여간 큰 것이 아니었다. 아울러 절대적 세계를 넘어선 곳에 또 다른 세계관이 존재함을 알고 경이로움을 느꼈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사물과 세상을 넓게 이해하고 바라보는 안목을 선물 받은 것은 행운이었다. 책의 저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교육에 의해 길러지고 오로지 능력에 의해 황제로 선택됐다. 이처럼 문화 교양 및 도덕에 바탕을 둔 교육시스템으로 이룬 능력주의가 국가 운영의 중요한 기틀은 물론 로마제국 지속의 비밀 키워드였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배운 것은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화두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연달아 낙마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몇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능력을 갖고도 반칙하지 않은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 달라는 주문인 것이다.
이 책의 힘은 실질적으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의 권력을 가진 한 사나이가 전쟁터를 누비는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한 채 고양된 정신을 찬미하고 노래했다는 놀라운 사실은 다름 아니라 나 자신을 포함해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무서운 채찍인 셈이다.
안동시장 권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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