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마을만들기: 마을 주민들이 떠나지 않고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방문하시는 분들이 함께 지켜주세요."(가회동 31번지 주민모임)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안내판이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골목투어에 나선 관광객들은 큰 소리로 수다를 떨다가도 이 안내판을 보면, 멈칫하게 된다. 한 관광객은 "오죽하면 주민들이 이런 안내판을 만들었을까 싶다. 마을 풍경에 사로잡혀 이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관광객들이 주민들의 삶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겠다"고 했다.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에게 휴일은 공포의 시간이다. 내국인부터 중국, 일본 등 외국인까지 연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곳은 특히 휴일에는 마을 전체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탓에 한옥마을 주민들은 수년간 소음, 쓰레기, 주차난 등의 피해를 입었고, 일부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기도 했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머리를 맞대 '침묵관광'이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2012년 4월부터 이를 실행에 옮겼다. 주민들이 사는 곳에서는 문화해설사가 관광객에게 설명을 최대한 자제하고, 관광객에게도 큰 소리를 내지 말아 달라고 주의를 줘 소음을 줄였다. 또 열린 문틈 사이로 사진을 찍는 행위도 자제해 달라는 안내판을 곳곳에 설치했다. 10명 이상의 단체 관광도 자제를 부탁한다.
조용한 관광문화를 만들자는 '정숙 관광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북촌 행복여행지킴이'라는 이름의 이 지역 노인들은 관광객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기본 에티켓이 적힌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도 이를 돕고 있다.
통영 동피랑마을 주민들은 관광객들의 접근을 막기보다는 이들을 소득창출의 창구화하는 발상 전환으로 각종 문제를 해결했다.
2006년 철거가 계획됐던 이곳은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면서 주목받았고, 이에 통영시는 철거방침을 철회, 지금은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3월 80가구 주민들로 구성된 생활협동조합 '동피랑사람들'을 만들어 마을 꼭대기에 기념품을 판매하는 '동피랑 점방'과 차와 음료를 파는 '동피랑 구판장'을 운영했다. 주민들은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나눠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5가구는 동피랑을 떠났지만 공동 사업을 통해 마을 주민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마을 주민이 커피점 등을 운영하면서 관광객들로 인한 주민의 불편과 고민은 다소 줄어 들었다.
통영시 관계자는 "도심 관광지의 소음 등은 사실상 시'구'군에서 100% 해결해주기 어려운 문제"라며 "동피랑마을은 마을 주민들 스스로 현명하게 이겨낸 좋은 사례"라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