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사 프리즘] 피의자 신문 같은 인사청문회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의 출범을 위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가 현 국무총리의 유임이라는 파행으로 종결되었다. 후속 장관 청문회도 일부는 통과되어 임명되었는가 하면 김명수 교육부총리 후보자는 결국 낙마하여 황우여 후보자에 대하여 청문 요청을 해 놓은 상태다. 2개월째 청문회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임명직 고위공직자에 대하여 국회의 청문절차를 통과하기란 정말 어렵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고위공직자는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하여 국민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월 23일에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고 고위공직자에 대하여 국회에서 인사청문을 실시하게 되었다. 대부분 인사청문회는 TV로 생중계되어 국민의 관심도 커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학자 출신은 논문 표절, 법조인 출신은 전관예우, 언론인 출신은 기사 내용, 관료 출신은 판공비 부당사용, 기업가 출신은 탈세 등이 단골메뉴이고, 모든 공직후보자에게 공통되는 메뉴는 병역미필,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다운계약서 작성 등이다. 이러한 사항에 대해 본인의 해명을 듣고 공직후보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기본취지이다.

그런데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인 국회의원들은 후보자로부터 청문하려는 것인지, 죄인을 다루듯 신문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사전적 의미로서 청문은 행정처분을 하기에 앞서 관계 전문가 또는 이해관계인으로 하여금 증거를 제출하며 의견을 진술케 함으로써 사실조사를 하는 절차를 말하고, 신문은 국가기관이 어떤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피의자'증인 등에게 구두로 물어 조사하는 일을 말한다. 청문의 한자표기는 '聽聞'인데 모두 '들을 청' '들을 문' 자이다. 청(聽)은 당사자에게서 직접 듣는 것이고, 문(聞)은 증인, 참고인 등으로부터 전해 듣는 것을 말한다. 신문의 한자 표기는 '訊問'인데 모두 '물을 신' '물을 문' 자이다. 한마디로 청문은 대상자에게서 듣는 것을 주된 기능으로 하고, 신문은 대상자에게 추궁하여 묻는 것을 주된 기능으로 한다.

그렇다면, 청문회를 개최할 때에는 후보자나 참고인으로부터 사실 관계에 관하여 듣는 것을 위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실제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에게서 듣는 것보다는 후보자를 신문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마치 피의자 신문을 하듯이 진행한다. 후보자의 사람됨을 판단하는 데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부각시켜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실제 청문회는 장점은 묻지도 않고, 단점만 부각시켜 신문한다. 장단점을 모두 판단하려면 증인, 참고인의 진술도 필요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는 참고인의 증언은 마다하고 후보자 본인만을 신문하려고 한다.

또한, 청문을 함에는 진실 발견을 위한 논리적, 분석적 접근이 필요함에도 즉흥적 감정으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많다. 청문위원은 고압적인 자세가 당연하고, 후보자는 무조건 피의자가 된 심정으로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사리에 따라 제대로 된 변명을 하려고 하면 역공을 당하기 때문에 아주 자세를 낮추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청문위원은 잡다한 문제에 대하여 양파 까기식 문제제기를 하기보다는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내용에 대하여 심도있는 질문을 하여야 한다. 또한, 직위에 맞는 질문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전후방 근무로 인사이동이 잦은 군 출신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하여 위장전입, 논문표절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는 공직후보자가 너무 많아 정부에서 300개 또는 500개에 해당하는 청문회 점검표를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한 개도 걸리지 않는 사람은 이제까지 한 사람도 없었다. 우리나라는 청문회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 비하여서도 심사를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 운영한 결과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장점이 있는 인재보다는 결점이 없는 인사들이 고위 공직에 나가게 되는 폐단이 있다. 인사청문회의 개선이 시급한 과제이다.

황현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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