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지막 청도 송전탑 새벽녘 기습 공사

헬기·중장비 동원 작업…주민 "폭력적 공사 재개" 한전 "대다수 동의 얻어"

21일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공사장 진입로에서 주민들과 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 회원들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헬기를 동원해 중장비를 분해해 건설 현장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21일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공사장 진입로에서 주민들과 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 회원들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헬기를 동원해 중장비를 분해해 건설 현장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1기 건립을 둘러싸고 한국전력공사가 21일 전격적으로 공사를 재개,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충돌했다.

한전은 창녕 북경남변전소에서 대구까지 연결하는 송전선로를 개설 중으로 전체 계획된 40기의 송전탑 가운데 청도 각북 삼평리 1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21일 오전 5시, 한전은 연내 송전선로 건립 완료를 명분으로 직원 100여 명을 투입했다. 한전은 이를 통해 ▷송전탑 23호기 진입로 확보 ▷자재 적치장 펜스 ▷부지정지작업 등을 마쳤다. 작업에는 헬기와 중장비까지 동원했다. 한전과 경찰은 이날 작업 개시를 극비에 부치는 등 기습작전을 방불케 했다.

한전의 공사재개 소식에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현장으로 달려왔으나 입구를 장악한 한전 직원과 경찰에 밀려났다. 반대 주민들은 대구와 밀양 등의 시민단체 회원 50여 명과 함께 불볕더위 속에서 경찰과 공방전을 벌였다. 반대 주민들은 "밤낮없이 집 놔두고 나와 몸도 다치고 마음도 다쳤다. 어디에다 하소연하겠느냐"며 울먹였다.

주민들은 이날 한전의 기습 공사재개에 크게 반발했다. 한전의 대체집행 신청에 대한 법원의 첫 재판이 25일로 예정돼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던 틈을 치고 들어오는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한전은 이에 대해 법원 대체집행과 공사재개는 별개라고 선을 긋고, 연말 공기완료 필요성에 따른 공사재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또 "삼평리 주민 84명 중 반대 주민 17명을 제외한 대다수 주민들로부터 공사재개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며 "극심한 반대를 하는 주민과의 협의는 외부 단체 세력의 개입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반대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청도 송전탑반대대책위는 "한전이 동의를 받았다는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땅만 가진 지주들이고, 실제 동의 주민은 40명에 불과할 것"이라며 "한전과 일부 주민들이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반대 주민들은 배제됐으며 제대로 된 협의가 아예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날 반대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밤늦도록 송전탑 입구도로 한쪽 차로에서 집회를 벌이며 경찰과 대치했다. 한전은 "찬성 주민은 물론 합의를 못 본 주민과도 협의를 벌이며 계속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폭력적으로 공사를 재개했다.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현장 주변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 5개 중대 600여 명을 현장 부근에 배치했으며, 출입차량을 통제했다. 또 지역 주민 2명과 시민단체 회원 등 9명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연행,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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