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범어천 생태하천복원 1단계 사업의 하나인 범어천 산책로가 졸속으로 조성되면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의 범어천 생태하천사업은 2009년 환경부의 '청계천+20 프로젝트' 공모 사업에 선정되면서 추진됐다. 수성구청은 1989년 복개사업으로 건천화되면서 악취와 오물로 몸살을 앓던 범어천을 도심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 당초 150억원의 예산을 잡았다. 구청은 물길을 살리는 한편 양쪽에 설치된 콘크리트 옹벽을 걷어내고 비탈면을 조성, 산책로를 만들어 시민들이 걷고 싶은 생태하천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잡았다.
하지만 대구시가 사후 효과 미비와 예산 문제 등을 내세워 사업 규모 축소를 요구, 예산이 80억원으로 줄면서 계획도 상당 부분 수정됐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옹벽 제거나 비탈면 및 산책로 조성 등이 빠지고 자연친화적인 생태하천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1단계 사업(두산오거리~어린이회관 1.6㎞ 구간)은 올해 1월 마무리됐다.
문제는 구청이 주민 민원에 떠밀려 계획에 없던 산책로를 부실하게 조성했다는 점이다. 범어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산책로를 만들어 달라는 민원을 계속 제기하자, 구청이 일부 구간에 산책로 조성 사업을 끼워 넣은 것이다. 구청은 8천만원을 들여 두산로에서 황금네거리까지 800m 구간에 산책로를 조성했고, 4개 지점에 산책로 진입 계단을 설치했다.
우여곡절 끝에 조성된 산책로는 시민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기자가 21일 오후 산책로를 현장 확인했다. 범어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설치돼 있지만 너무 가팔라 노약자나 유모차를 끄는 주부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 주민들은 산책로가 도시철도 3호선 철로 바로 밑에 조성돼 있어 도시철도가 지날 때마다(현재 시운전) 불안감을 느낀다고 호소하고 있다. 산책로 폭이 좁고 주변에는 볼거리 하나 없이 잡초만 무성했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도 다소 거슬렸다. 산책로 어디에도 사람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주민 김설영(41'수성구 두산동) 씨는 "버스를 타기 위해 보도교를 자주 지나가는데 범어천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범어천 주변에 풀만 무성하고 단조로워 딱히 내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구청이 부실한 산책로를 만드는 바람에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수성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사실 범어천은 비가 많이 오면 침수될 수 있는 곳이라 산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관리도 어렵다. 처음에 산책로를 이용하는 주민이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해 산책로 조성을 계획하지 않았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계속된 요구로 산책로를 만들게 됐다. 주민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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