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가 도내 최초로 2006년부터 운영 중인 '김천 노다지 장터'는 역내 농민들에게 '요술 방망이'다. 노다지 장터에 입점한 농장주들 대부분이 온라인 농산물 판매로 소득이 30% 이상 늘어나 부농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2000년 초반만 해도 대부분 농가가 전자상거래 홈페이지를 운영해 농산물을 판매한다고 이야기하면 누구도 귀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다. 농림축산식품부조차도 힘들다고 고개를 젓던 사업을 김천시가 이뤄냈고 농민들은 함박웃음을 피워내고 있다.
◆땅보다 고객명단 물려주고 싶어
10년 전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2만6천㎡(8천여 평)의 배 밭을 물려받아 농사를 시작한 이상남(35) 씨. 그는 열심히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가격결정을 유통업체가 하는 현실을 바꿔보고 싶었다. 중간이윤을 없애고 직거래를 하면 농가소득이 올라갈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이 씨의 이런 생각들은 곧 현실화됐다. 2006년 김천시가 사이버 농업인 육성을 위해 연 '김천 노다지 장터'를 만나면서부터다.
이 씨가 운영하는 오케이 농원의 연간 매출은 3억원 안팎. 다른 농민보다는 영농 단가가 높은 편이라 수익률은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다. 하지만, 단위 면적당 수익률은 다른 농가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요즘 이 씨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고객관리다. 사이버 농장주 마케팅 교육을 통해 20%의 고객은 농장주 이미지를 보고 농산물을 구매한다는 점을 고려,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이 씨는 신뢰를 위해 배 생산방식을 바꿨다. 공판장이나 공동출하를 할 때는 호르몬제를 이용해 배를 크게 키웠다. 배가 크고 색깔이 좋으면 비싼 값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맛과 향 등 식미를 갖추는데 공을 들인다. 모양보다 맛과 건강에 고객들이 관심을 갖는다는 점과 맛있는 과일로 승부할 때 단골이 생긴다는 점을 알고 나서부터다.
30대의 젊은 농부 이 씨는 아버지로부터 땅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이 씨는 자신의 아들에게는 다른 것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이 씨는 "아들에게는 땅보다 고객명단을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환갑에 도전한 사이버 농장
지난 2006년 김천시가 운영하는 사이버 농장 '김천 노다지 장터'에 입점한 정창화(69) 씨는 입점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환갑을 넘은 나이에 시작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오래전 컴퓨터를 배우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불안감은 더 컸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정 씨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노다지 장터 입점 당시 1만3천800㎡(4천200평)이던 포도밭은 8천㎡(2천400평)로 줄었지만, 소득은 4천만원에서 8천만원으로 뛰어올랐다.
35년간 농사를 지어오면서 돈이 된다는 품목을 모두 키워봤다. 포도, 복숭아 등 복합 영농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포도만 재배하는 전업농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이게 더 돈이 된다.
정 씨는 생산한 포도를 노다지 장터를 이용해 30% 정도 판매하고 농협 공판장 등 기존 판매망을 통해 70%를 판다. 그러나 매출액은 양쪽이 똑같다. 노다지 장터를 통한 판매가 얼마나 농가소득에 도움을 주는지 비교할 수 있는 결과치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다
김천 노다지 장터는 개인 농가 홈페이지를 홍보해주는 중개 쇼핑몰이다. 따라서 상품 판매, 운영, 관리, 상행위에 따른 비용은 물론 법적 문제 등 모든 제반 행위에 따른 책임을 100% 농가가 책임지고 있다. 타 자치단체가 농가를 대신해서 자치단체장 또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 위탁 운영하는 것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김천 노다지 장터가 다른 자치단체와 가장 차별화된 점은 단순 농가 보조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운영을 위한 실질적인 교육프로그램까지 운영하기에 농민들의 역량이 날마다 달라지는 중이다. 교육을 통해 전 회원이 외부 도움 없이 농산물전자상거래 홈페이지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
또 농산물전자상거래 홈페이지를 운영한 매출 실적을 기준으로 김천사이버농민 임원을 구성했다. 이들은 연구회 임원으로서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이 부진한 회원의 멘토 역할을 수행, 노하우를 전수해 회원들이 주체가 돼 배우고 가르치는 기틀을 마련했다.
김천시 농업기술센터 전인진 기술보급 과장은 "농업도 시대의 트렌드인 IT를 어떻게 활용하고 리드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며 "전국 최초로 만들어진 김천형 사이버 팜(Cyber Farm) 시스템이 유통 비용의 30%를 농가소득으로 창출, 부자 억대 농업인을 육성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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