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왕부총리-재임총리, 국정운영 누가 주도?

영역·역할서 힘겨루기 감지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힘이 실리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정치 활동을 강화하는 등 왕부총리와 재임 국무총리 간 미묘한 힘겨루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가 경제 컨트롤 타워의 수장으로 청와대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최 부총리는 원조 친박 중진 정치인이고, 정 총리의 경우 이삿짐을 쌌다가 다시 풀어놓은 인사라는 점에 비쳐볼 때 두 사람 모두에게 국정 운영의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 사람 간 거중 조절이 되지 않을 경우 자칫 국정 혼선이나 불필요한 힘겨루기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 총리는 최근 총리실 출입기자를 상대로 한 간담회에서 "(최 부총리는) 영역 다툼을 하거나 권위를 세우거나 할 분이 아니다"면서도 "경제 분야를 책임지고 조절 역할도 하되 이견이 있거나 조정이 필요한 경우엔 내가 직접 나서겠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 역할에 선을 그으면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특히 "내각을 총괄하는 건 총리인데 정치권에서 힘센 부총리들이 오는 데 우려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힘센 부총리가 왔다고 총리가 열중쉬어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제가 그분들보다 훌륭한 점이 하나 있는데, 나이가 많다는 것"이라며 미묘한 경쟁 심리를 드러냈다.

최 부총리도 "그동안 성과가 없었다"며 정 총리를 에둘러 겨냥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의 3가지 위험요소 가운데 '성과 부재의 함정'을 거론하면서 "그동안 수많은 대책이 발표됐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성과는 부족하다"며 "대책을 위한 대책은 없었는지,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효과를 보이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피고 고치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무능한 정부, 무심한 정부라는 냉엄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혁신과 변화를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21일 열린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제가 가지고 있는 가용시간 중에, 부내 회의나 보고에 쓰는 시간을 3분의 1로 줄여 달라"며 "그래야 장관이 국회, 국민, 다른 부처나 기관과 업무협의를 하고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홍보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내부 변화를 주문했다.

취임 전부터 그의 말 한마디에 경제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만큼 힘이 실리는 상황에서 경제 분야는 물론 총리실에서 수행해야 할 일부 정무기능도 수행할 시간을 갖고 싶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 부총리는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는 조직이 돼서는 안 된다. 꼭 필요한 것 위주로 보고하라. 내가 먼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최 부총리의 거침없는 행보에 자신의 정치력을 강조하며 맞섰다. 그는 최근 '대통령에게 어떤 진언을 드렸느냐'는 질문에 "인사문제와 소통 문제 등 많은 것을 말씀드렸고 이를 많이 수용하셨다"며 자신과 청와대와의 관계를 강조했다. 특히 "평소에 인사 발굴을 많이 해야 한다고 건의해 대통령도 그 부분에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고 그 뒤에 인사권을 장관에게 준다는 논의도 나오지 않았느냐"며 자신의 정치적 업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국가 대 개조 범국민추진위원회 구성을 통해 자신의 2기 총리 업무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위원회 발족 시기에 대해 "가능한 빨리할 것"이라며 "평생을 법률가로 살면서 적폐에 일가견이 있다. 위원회 출범 전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부패 척결 TF를 가동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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