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척추측만증 초교 6학년 수정양

"보조기 안하면 평생 장애안고 살아야 한다니…"

홀로 아이 셋을 키우는 유임숙 씨는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한다. 아픈 몸 탓에 일을 할 수 없다.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딸은 척추측만증이 심해져 수술과 함께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홀로 아이 셋을 키우는 유임숙 씨는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한다. 아픈 몸 탓에 일을 할 수 없다.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딸은 척추측만증이 심해져 수술과 함께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보조기가 없으면 딸 아이가 장애를 안고 살아갈지도 모른다는데 능력 없는 엄마는 돈 구할 곳도 없고…."

홀로 아이 셋을 키우는 유임숙(40) 씨는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아픈 몸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어 변변한 학원 하나 보내지 못하고 한창 꾸미고 싶어하는 나이에 예쁜 옷을 사줄 수 없어서다. 얼마 전에는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딸 수정이 때문에 엄마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허리가 아프다는 수정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더니 척추측만증이 심해져 수술과 함께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은 것. 당장 200만원의 돈도 없어 아이에게 보조기를 사줄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은 무너졌다.

"의사 선생님이 '척추측만증이 심해서 그동안 상당히 아팠을 텐데 어떻게 참았느냐'고 말씀하시는데 무능력한 엄마 때문에 수정이가 고생하는 것 같아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어요. 내가 돈을 마련하는 동안 아이의 상태가 더 나빠지면 어쩌나 잠도 오질 않아요."

◆아빠의 폭력으로 불안장애 앓은 아이들

엄마가 세 아이를 홀로 키우게 된 건 아빠의 폭력성 때문이었다. 아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시고 들어와 엄마를 때렸다. 엄마가 화장실에 갇혀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폭행을 당하는 동안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아이들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엄마는 물론 아이들의 마음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엄마는 결국 아이 셋을 데리고 집을 나왔다. 큰딸과 둘째인 수정이가 각각 초등학교 고학년과 저학년이었고, 막내아들은 갓 돌을 앞두고 있었다. 갈 곳이 없던 엄마는 아빠의 폭력을 피해 모자보호 시설로 들어갔고,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좁은 방에서 엄마와 아이 셋이 6개월을 지내야 했다. "애들이 답답해서 날뛰었지만 나가면 또다시 맞는다는 생각에 참고 또 참았어요."

폭력적인 아빠에게서 받은 아이들의 상처는 생각보다 컸다. 아이들은 항상 불안감을 호소했다. 남자 어른의 목소리나 차 소리만 들어도 아빠가 왔을까 봐 불안해했다. 특히 큰딸의 경우 정신과에서 불안장애 치료를 받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큰아이는 집에서도 차 소리만 들어도 아빠인지 아닌지 알 정도로 예민했죠. 시설에 있으면서도 저녁 시간만 되면 몸을 덜덜 떨 정도로 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어요."

자신과 아이들에게서 아빠를 떼어놓기 위해 엄마는 이혼을 선택했다. 엄마는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린 탓에 심한 불안과 공황증세, 우울증 등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고 네 식구는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지하며 경제적으로 힘들게 생활해야만 했다.

◆척추 교정기구를 사줄 형편 안돼 마음 아픈 엄마

경제적으로는 궁핍했지만 다행히 아이들의 불안 증세는 점점 호전됐다. 엄마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덜어가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면서 밝은 미래도 꿈꿀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갑자기 둘째 수정이가 허리가 아프다며 잘 일어나지를 못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엄마는 가는 병원마다 더 큰 곳으로 가보라는 얘기를 듣고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했다. 대학병원에서는 척추가 휘어 변형이 생긴 척추측만증이라고 진단했고, 변형이 심해 어깨 높낮이가 다른데다 장기까지 눌러 수술이 필요했다. 엄마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상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몰랐다는 사실에 수정이에게 미안하고 내가 원망스러웠어요. 꽤 아팠을 거란 의사 선생님 얘기에 어린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음이 너무 아파요."

서둘러 수술날짜를 잡고 이달 초 교정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물리치료와 함께 교정용 보조기구를 착용해야 하지만 엄마는 수정이게 보조기를 사주지 못했다. 200만~300만원가량 드는 보조기를 구입할 돈이 없어서다.

"일주일에 두 번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한 번에 5만원인데 그 돈은 먹을 것 안 먹고 마련한다지만 보조기는 큰돈이 필요해 사주지 못하고 있어요. 교정을 위해서는 당장 보조기가 필요한 상황인데 돈이 없어 사주질 못하니 미안함과 걱정에 잠이 오질 않죠."

중학생이 된 큰딸과 6학년인 수정이는 어려운 환경에 엇나갈 만도 하지만 누구보다 착하고 의젓하다. 큰딸은 학원 한 군데 다니지 않고도 열심히 공부해 하위권의 성적을 중상위권까지 끌어올렸고, 둘째 수정이는 아파도 아픈 기색 한 번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들에게 더 미안하다.

"큰딸이 동생 때문에 사채를 쓸 생각까지 하더군요. 보조기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는데 도움을 청할 곳도 없고 갑갑한 마음뿐이에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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