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대구를 달궜던 치맥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끝났다. 60만이 넘는 인파가 두류야구장을 찾아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축제를 즐겼다. 두 번째 행사가 열린 올해는 지난해 미흡했던 부분들을 상당 부분 보완해 관람객들의 불만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더 많은 시민들이 현장에서 치킨과 맥주를 즐겼고, 입소문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다른 지방에서까지 와서 함께 즐긴 모양이다. 잘만 하면 치맥 페스티벌과 대구의 막창, 곱창, 닭똥집 등을 연계한 관광상품이 만들어져 더 많은 손님들을 대구로 불러모으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폭염과 치맥이 페스티벌의 주제가 되리라 생각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한여름 저녁 시원한 야외에 돗자리를 깔고, 가족 친구들과 한자리에 모여 시원한 맥주 한 잔과 치킨을 즐기는 모습은 대구의 일상적인 여름 풍경이다. 그런데 이 일상적 풍경이 축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대구의 무더위를 치맥과 절묘하게 결합시켜 훌륭한 문화상품으로 개발됐다. 치맥은 물론이고 대구의 폭염도 충분히 상품으로 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대구가 우리나라 치킨산업의 본고장이라 하나 이를 축제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전 국민을 상대로 마케팅하려는 생각을 해낸 것이 신통방통하기도 하다. 고담도시라는 대구에서 이런 축제가 기획된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 대구 사람들의 머리에서 이렇게 참신하고 생동감 넘치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반짝이고 있다는 것은 대구의 미래를 위해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볼 것도 즐길 것도 별로 없는 도시라는 생각이 우리들의 고정관념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누군가 대구로 여행을 온다고 하면 "뭐 볼 게 있다고 대구에 놀러 온다는 거야?"하며 자조적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가. 볼 것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중구의 근대골목을 보라.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사진을 찍으며 다니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끊이지 않는다. 사고의 혁신이다. 우리가 무관심하게 넘기던 것이 바깥의 다른 사람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치맥 페스티벌의 성장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의 한 초대형 쇼핑몰에서 우리 치킨 브랜드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치킨업계의 해외 진출이 그만큼 많이 늘어나 이젠 외국인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한국 상품이 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대구의 치맥 페스티벌이 세계의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은 매우 튼튼해 보인다. 미흡한 점을 다듬고 고쳐서 발전시킨다면 대구의 대표 축제로 성장해, 세계인들에게 대구를 알리는 브랜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해외의 유명 축제들도 처음엔 보잘것없는 행사로 시작한 것들이 많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작은 도시 브뇰에서는 매년 8월 토마토 축제가 열려 세계인의 발길을 그러모으고 있다. 지금은 수만 명의 주민과 관광객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기는 축제가 되었지만 시작은 작은 사건에서였다. 토마토 가격 폭락에 분노한 농민들이 시의원에게 토마토를 던진 것이 축제의 원형이었다. 농민의 불만을 축제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브뇰시 사람들의 창의력 덕분이었다. 토마토의 고장에서 토마토를 한꺼번에 소비하면서 훌륭한 관광상품까지 개발하게 된 것이다. 치맥 페스티벌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것이다.
치맥 페스티벌이 전국적인 이벤트가 된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앞으로 계속될 축제를 어떻게 한 단계 더 높이 성장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제 두 번째 행사를 마쳤으니 흡족할 수준이 아닌 것은 당연하다. 여전히 불편함이 있었을 것이고 일부 시민들은 행사장의 무질서에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걸음마를 뗀 것일 뿐이다. 각 분야에서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지원한다면 더 멋지고 즐거운 축제가 될 가능성만은 충분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제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할 수만 있다면 여기에 대구의 정서를 듬뿍 담았으면 좋겠다. 치킨 산업의 세계화라는 대명제에도 더욱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저 먹고 마시며 흥청대기만 하는 야시장 수준의 이벤트가 반복되어서는 곤란할 것이기 때문이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치맥 페스티벌이 세계적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니 기대가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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