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고속성장과 세계 15위권의 경제력 뒤에 가려져 있던 우리 사회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 줬다. 천민자본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기업의 탐욕, 그 뒤를 봐주고 개인적인 탐욕을 채운 관피아, 자력 탈출자 이외에는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의 총체적 무능…. 그런 비리와 탐욕과 무능의 삼중주 속에서 우리 국민은 언제라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똑같은 운명에 처해질 수 있는 위험한 일상을 살아왔던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국가 개조와 정부 개혁이 시대적 과제로 제기됐다. 이 과제의 실천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부산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과는 참담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후속조치로 정부가 마련한 국가 혁신 27개 과제 중 실현된 것은 7개뿐이다. 공무원 재취업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변호사나 세무사 등 전문 자격증이 있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재취업 심사를 면제해줬다. 공무원을 위한, 공무원에 의한 '셀프개혁'의 예상됐던 결과다.
정치권의 직무유기는 더욱 절망스럽다. 공직 부패 근절을 위해 꼭 필요한 '김영란법'은 적용 대상 범위를 둘러싼 여야 이견 때문에 표류하고 있다. 그 책임은 야당의 미온적 자세에 있다. 여당의 원안 통과 요구에 야당은 아직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유병언법'(범죄은닉재산환수강화법안)도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긴 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없다. '국가안전처 신설과 해경 해체'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역시 잠자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은 움직이는 척만 했을 뿐이다.
이를 보는 국민은 불안하고 화가 난다. 수많은 아까운 생명이 국민이 보는 앞에서 죽어간 비극을 안기고도 관료와 정치권은 제 밥그릇 챙기기와 정파적 이해의 집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 사이에서는 "이번에는 다르겠지 했더니 '역시나'였다"라는 자조(自嘲)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실기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참담한 심경을 잘 헤아리는 지름길은 이미 제시된 대책과 개혁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의무요 예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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