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은 광활한 동토(凍土)의 패자(覇者)이다. 겉보기에 순한 듯 굼뜬 듯하지만, 굉장히 사나운 동물이다. 영하 40℃의 추위와 시속 120㎞의 강풍 속에서 번성하는 육상 최대의 포식자이다. 육중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사냥에 나서곤 한다. 서방국가에서는 러시아를 이 같은 북극곰에 비유했다. 그 속에는 조롱과 공포가 공존한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역사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전쟁의 귀재로 유럽대륙을 거머쥐었던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나치 독일의 히틀러도 북극곰을 건드렸다가 멸망의 길을 자초했다. 트라팔가 해전에서 영국의 넬슨 제독에게 격파당한 나폴레옹은 영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대륙봉쇄령을 내렸다. 그런데 러시아가 말을 듣지 않자 동토 정벌을 나섰다가, 식량 한 톨 남기지 않는 청야(淸野) 전술과 혹독한 추위에 걸려 참담한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나폴레옹 황제 몰락의 서막이다. 그 후 나폴레옹은 라이프치히 전투에서 유럽 동맹군에게 굴복하면서 엘바 섬으로 유배를 가야 했다.
히틀러도 나폴레옹과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 독-소 불가침조약을 깨고 소련을 침공한 히틀러는 스탈린그라드에서 소련군의 맹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나폴레옹군과 마찬가지로 모진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백기를 들고 말았다. 히틀러 멸망의 서곡이었다. 서부전선의 빈틈을 노린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키면서 2차대전의 승기를 잡은 것이다.
북극곰 러시아는 늘 이렇게 방어적이고 수세적인 입장이 아니다. 먹이가 있으면 노골적인 탐욕을 드러내기도 한다. 현대판 차르(황제)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재집권하면서도 그랬다. 흑해의 요충지인 크림반도를 꿀꺽 삼키더니, 우크라이나의 친러 반군을 공공연히 돕고 있다. 꿈틀거리는 식욕을 참지 못하고 이빨을 드러낸 것이다. 그 와중에 발생한 비극이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이다.
이번에는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방국들이 러시아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푸틴은 책임을 전가하며 현장조사조차 방해했다. 북극곰의 음흉한 속내를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이번만은 한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북극곰의 항변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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