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년 전 돼지 비명 잊지 못하는데…축산농가 '한여름 악몽'

하루 400∼500마리 도축 잠정 중단 '휴가철 직격탄'

구제역 확산을 막아라. 경북 의성군 비안면의 한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병한 가운데 24일 오전 방역 당국 직원들이 해당 농장 주변에 이동통제초소를 설치하고 제한된 출입차량에 대해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구제역 확산을 막아라. 경북 의성군 비안면의 한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병한 가운데 24일 오전 방역 당국 직원들이 해당 농장 주변에 이동통제초소를 설치하고 제한된 출입차량에 대해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국내에서 3년 3개월여 만에 구제역 발생이 최종 확인되자 진원지인 의성은 물론 안동을 비롯한 인근 지역 농가들도 행여 구제역이 확산될까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연중 돼지고기 소비량이 가장 많은 여름 휴가철에 터진 악재 때문에 농가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돼지 8만여 마리를 사육 중인 의성에서는 브랜드 돼지의 경우 8월 초에나 도축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지역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의성축협에 따르면 최근 들어 도축하는 돼지는 하루 400~500마리. 휴가철이라 도축량이 평소보다 늘었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여파로 적어도 며칠 간 도축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농가들의 시름이 커질 전망이다. 축산농가에는 직격탄인 셈이다. 의성산 돼지들을 주로 도축하는 경남 김해도축장과 부경도축장 등은 도축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령도축장과 군위 민속한우도축장은 의성군의 확인서가 첨부될 경우 도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도시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의성 마늘포크'를 생산하는 농가들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의성축협 강홍구 상무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마늘포크를 하루 40~80마리 도축하는데 판매에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이라며 "수입 돼지고기가 늘어 국내산이 제값도 못 받는데 이런 일까지 터져 축산농의 시름이 더욱 커졌다"고 걱정했다.

돼지뿐 아니라 의성 소 판매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우남국 의성군 마케팅팀장은 "대구 한 백화점에서 열 계획이던 '의성마늘소' 판촉행사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의성군 비안면 화신리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변준환(53) 씨는 "3년 구제역 파동으로 아직 후유증을 겪고 있는데, 다시 구제역이 발생해 답답하기만 하다"고 했다.

대한한돈협회는 전국 5천여 양돈 농가에 구제역 백신 접종과 철저한 양돈장 소독을 당부했다. 대한한돈협회 오유환 과장은 "구제역에 걸린 돼지는 아예 도축장에 들어가지 못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돼지고기는 안심해도 되는 만큼 불안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4년 전인 2010년 11월 한 차례 구제역 홍역을 앓았던 안동지역은 특히 긴장하고 있다. 당시 안동에서는 1천400여 축산농가의 소, 돼지 등 14만4980여 마리가 매몰처분돼 지역경제는 물론 축산농 기반이 흔들거렸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24일 긴급 방역대책회의를 열고 방역 차량 3대와 공동방제단을 중심으로 10마리 미만의 소규모 농가에 대한 순회방역에 들어갔다.

김건년 안동양돈협회장은 "안동지역은 2010년 구제역 파동 이후 완전히 무너졌던 축산기반을 어렵게 원상 회복시켜놓고 있는 중이다. 농가 스스로 예방과 접종, 축사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혹시나 모를 구제역 이동 차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