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름 곰팡이의 습격 '백선'

치료 중단하면 곧 재발…남은 진균 완전 박멸을

자료:대한의사회
자료:대한의사회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백선이나 어루러기 등 곰팡이로 인한 피부 진균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백선이나 어루러기 등 곰팡이로 인한 피부 진균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 등줄기를 타고 끈적끈적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땀에 젖은 몸은 하루종일 마를 새가 없다. 사람에겐 견디기 힘든 계절이지만 곰팡이에겐 딱 제철이다. 곰팡이는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를 틈타 피부를 습격한다. 사람의 몸에 기생하며 견디기 힘든 가려움과 염증을 일으키는 곰팡이가 피부 진균증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진균은 10만여 종에 달한다. 그중에 200여 종이 사람에게 감염된다. 특히 피부의 각질층이나 털, 손'발톱 등에 기생하는 얕은 피부 진균증이 많다. 백선증이나 어루러기가 대표적인 질환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령인구가 늘면서 피부 진균 감염도 증가하는 추세다.

◆온몸을 침범하는 백선증

백선증은 피부사상균이라는 진균이 피부를 감염시키는 것을 말한다. 피부의 각질과 털, 손톱, 발톱에 주로 감염되는데 발생부위에 따라 머리부터 몸통, 사타구니, 수염, 얼굴, 손바닥, 발, 손'발톱 등 전신에서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은 발생한 부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머리에 발생하는 두부백선은 진균이 침범한 부위의 털이 빠지거나 끊어져 탈모 증세가 나타난다. 심한 염증이나 고름을 일으킬 수 있고 치료가 늦어질 경우 영구적으로 탈모가 된다.

백선증이 몸에 침범하면 고리 모양의 붉은색 피부병변을 일으킨다. 도장부스럼이라고 하는데 초기에는 붉은 반점이 생기고 각질이 일어나다가 주변부로 퍼져 나가는 게 특징이다.

흔히 알고 있는 무좀은 백선증이 발에 생긴 경우다. 크게 지간형과 소수포형, 과각화형 등으로 구분된다. 지간형은 발가락이나 손가락 사이에 각질이 일어나거나 찢어지면서 허물이 벗겨지고 짓무르며 악취가 난다. 소수포형은 작은 물집이 생겼다가 심한 가려움증과 함께 갈색 딱지가 남거나 각질이 되는 형태다. 과각화형은 가려움증이 거의 없지만 만성이거나 치료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손발에 생긴 무좀이 진행되면 손'발톱으로 퍼지기도 한다. 손'발톱이 누르스름하게 변하고 두꺼워지며 끝 부분이 쉽게 부스러지는 게 특징이다.

사타구니에 생기는 완선은 각질이 덮인 붉은 반점으로 시작해 주위로 퍼지면서 가장자리가 도드라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회음부와 음모, 항문, 엉덩이까지 번질 수 있다.

백선증과 습진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전혀 다른 질환이다. 습진은 가려움과 물집, 붉은 반점 등을 동반하는 피부염의 일종이다. 곰팡이로 인한 질병인 백선증과는 원인부터 다르다. 하지만 백선증과 습진은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구분하기 쉽지 않다. 자신의 질환과 맞지 않는 연고를 바를 경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얼룩덜룩 어루러기 주의

어루러기는 말라세지아 효모균에 의해 감염되는 곰팡이 질환이다. 주로 가슴과 등, 겨드랑이, 목에 발생하며 모공을 중심으로 피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어루러기로 인한 진료 인원은 7만3천69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야외활동이 많고 땀을 많이 흘리는 탓이다. 말라세지아 효모균은 지방을 좋아해 피지 분비가 많은 부위에 잘 나타난다. 환자는 20~40대가 많다. 지난해의 경우 20~40대 진료 인원은 전체 진료 인원 중 60.6%를 차지했다.

어루러기는 황갈색의 다양한 크기의 반점이 나타나며 진균이 만들어낸 독소로 인하여 피부가 하얗게 탈색되기도 한다. 흰 반점 위에 비듬같이 미세한 피부 껍질이 나타나는 것도 어루러기의 특징 중 하나다.

여름에 악화되고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과 겨울에는 호전되고, 땀이 많거나 비만인 사람, 피부색이 짙은 사람에게 더 잘 생기는 경향이 있다. 비듬의 원인균이기도 한 말라세지아 효모균은 지방을 좋아해 피지분비가 많은 상반신에 많이 분포한다. 특히 접히는 부위인 겨드랑이나, 땀 분비가 활발한 등'가슴 등에 주로 나타난다. 어루러기가 얼굴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주변보다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백반증과 구분해 치료해야 한다.

어루러기는 가려움증이나 통증과 같은 자각증상이 없다. 말라세지아 효모균이 사라지더라도 몸에 생긴 반점이 바로 없어지진 않는다. 어루러기는 재발이 잘 되는 피부 질환으로 재발률이 1년에 60%, 2년 후에는 80%에 달한다.

◆면역력 높이고 건조하고 시원하게 유지

피부 진균증이 의심되면 가까운 피부과를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부위의 크기나 증상의 정도에 따라 연고로 된 항진균제를 사용하거나, 먹는 약을 복용한다. 머리에 생긴 경우에는 항진균 효과가 있는 샴푸도 도움이 된다.

피부 진균증은 잘 낫지 않고 재발한다는 인식이 많다. 이는 항진균제를 사용해 증상이 호전되면 완전히 낫기 전에 치료를 중단하기 때문이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진균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살아난다. 따라서 증상이 호전됐다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지 말고 꾸준하게 치료를 해야 확실하게 진균을 제거할 수 있다.

적절한 생활습관은 피부 진균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우선 몸이 젖은 상태로 두는 것은 피해야 한다.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고, 면 소재의 속옷이나 양말을 통해 땀이 흡수되도록 한다. 너무 꽉 끼는 옷은 피하고 목욕이나 샤워 후에는 물기를 완전히 말리는 것이 좋다.

몸의 면역력이 떨어졌을 경우에도 진균이 잘 생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전염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다른 사람과 옷이나 운동기구, 수건 등을 함께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 개나 고양이는 진균에 감염된 경우가 많으므로 접촉을 피하고, 둥글게 털이 빠져 있는 부위는 만지지 않아야 한다.

도움말 대구가톨릭대병원 피부과 박준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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