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발에 편자'라는 속담이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거나 아무 소용이 없을 때 쓰는 말이다. 발굽도 없는 개 발에 편자를 박을 수도 없거니와 댄들 어디에 써먹겠나. '거적문에 돌쩌귀'처럼 상황에 전혀 맞지 않고 그냥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말에게 편자는 더 없이 중요하다. 충격을 줄이고 발굽을 보호한다. '발굽이 없으면 말도 없다'(No Hoof, No Horse)는 서양 격언은 편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말해준다.
뉴욕 타임스가 28일 F-35 전투기가 기술적 결함에다 막대한 비용 등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구매 계획을 재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이 기종은 얼마 전 한국군 차기 주력 전투기로 선정된 터라 더욱 관심거리다. 타임스는 14년 전 록히드 마틴사가 개발을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했고 최근 소프트웨어 결함에다 엔진 화재 사고까지 겹치면서 첨단 무기로서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와 언론 비판에도 정부는 지난 3월 F-35A를 차기 전투기 사업 기종으로 결정하고 7조 4천억 원을 들여 40대를 구매하기로 확정했다. 크고 작은 문제점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데도 공군이 요구한 스텔스 기준이나 무기 도입에 있어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비용도 문제지만 도입 이후 기술적 결함이나 운용상 오류 등은 더 큰 골칫거리다. 국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첨단 무기가 자칫 개 발에 편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해군이 운용 중인 이지스함 등 첨단 무기도 같은 처지다. 이지스함과 한국형 구축함 도입 등으로 함정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이를 다룰 인력은 태부족이어서 운용의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당 9천억 원이 넘는 이지스함이 제 구실을 못하고 전력에 구멍이 생긴다면 그런 낭비가 없다. 오는 2023년 추가 전력화되는 이지스함 3척을 비롯 2030년까지 102척의 함정이 새로 도입될 전망인데도 해군 인력 수급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어제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공판에 출석해 증언한 단원고 학생들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안쪽에 친구들이 많이 있다고 했는데 (해경은) 가만히 있었어요. 손이 닿을 거리인데도…." 무늬는 편자였지만 아무짝에도 쓸모 없이 세금만 축내다 끝내 해체된 해경(海警)의 존재처럼 지금 우리 사회에 그런 일들이 얼마나 많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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