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기준을 현행 500억원 이상에서 1천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경제의 규모가 커진 현실을 반영하고,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지방 국책사업이 예비 타당성 관문을 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벌써 지방에선 낙후된 경제를 살리는데 주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딴죽 거는 수도권
정부가 예타 조사 대상을 조정하는 것은 15년 만의 일이다. 낙후된 지역을 위해 지역균형 발전에 대한 배점을 높이는 식으로 예타 조사 대상 기준을 상향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예타 조사 제도를 시행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조사 기준을 현 상황에서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대상사업 선정 기준 및 수도권과 이외 지역의 불균형 등을 조정하는 방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미 관련 용역을 의뢰한 상황이고 이르면 연내 실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정책이 궤도에 올라서려면 수도권의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 경기 부양책으로 효과가 좋은 건설 산업을 인구가 밀집한 곳에 독점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사업비 기준을 상향 조정하게 되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국책 대상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각종 개발사업이 지역 균형발전을 구실로 정치 논리에 휩쓸릴 우려가 크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 경제성이 없는 각종 지역개발 사업이 손쉽게 예비타당성 관문을 통과하면 재정 건전성을 해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수도권은 특히'지방공약 이행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이번 안이 추진될 경우 대표적인 수도권 역차별 케이스가 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예타 대상 조정은 이미 대세
수도권의 반발과는 달리 이미 예타 대상 조정은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예타 대상 조정 작업을 위한 몇 가지 사전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에 따르면 민자사업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민자사업 보상자금 선투입제'가 실시된다. 민간 사업자가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할 때 은행 차입 등을 통해 토지 보상비를 우선 조달해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상주~영천고속도로, 구리~포천고속도로, 광주(경기)~원주고속도로에 이 제도를 처음 적용해 120억원 수준의 이자비가 지원된다.
사업 대상이 대부분 낙후된 지역이라는 것과 대형 SOC 사업에 적용한다는 점에서 선투입제 정책이 예타 조정 작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공사비 기준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사비 인상 등의 요인이 있는데도 1999년 도입된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유지하다 보니 지나치게 많은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들어가고 지역균형 발전 문제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국회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이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 개정안은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고 지원 300억원인 현행 기준을 총 사업비 1천억원이고 국고지원 6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골자다.
◆지역에 미칠 효과는
접근성 차원에서 낙후 지역이 많은 대구경북 지역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비용편익(B/C) 비율이 적게 나온 사업들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북 일부 지역은 사람이 없어 도로를 못 놓고 도로가 없으니 사람이 살지 않는 악순환을 수십 년째 이어가고 있다"는 김광림 의원의 말처럼 일단 현재의 상업성을 뒤로하고 도로가 놓일 경우 낙후 지역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교통 불모지였던 경북 동해안선의 경우 B/C 비율이 0.33에 불과했던 포항~삼척 도로 개설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경북 동부 발전을 위해선 필수 사업으로 꼽히고 있으나 현재 교통량을 중심으로 분석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선 부적격 판정을 받아 지지부진했다.
대구시가 추진 중인 대구도시철도 1호선 진량 연장과 2호선과의 연결, 도시철도 동대구역~경북대~유통단지~엑스코 노선 건설 등의 사업도 개정된 여건에 부합할 경우 탄력을 받게 된다. 사업 단위가 클 경우 1천억원 미만으로 부분 사업으로 나눠 추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급커브'결빙 등으로 사고가 많은 낙후 지역에 터널 등을 건설하고 사고율을 줄이는 사업에도 이번 예타 대상 조정 정책이 영향을 끼칠 예정이다. 급커브'결빙은 경북 등 주로 직선화가 이뤄지지 않고 관리가 되지 않은 낙후 지역에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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