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조3천억' 포항시 금고 유치전…대구銀 "지키기" vs 시중銀 "빼앗기"

29, 30일 신청서·유치제안서 접수 불꽃 경쟁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올 연말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는 1조3천억 원대의 포항시금고를 유치하기 위한 금융권의 치열한 접전이 시작됐다. 20여 년간 포항시금고를 맡아온 지역은행인 대구은행의 방패와 이를 뺏기 위한 농협'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의 창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누가 선정될까

포항시는 포항시금고 운영 약정기간이 12월 만료됨에 따라 11일 '포항시금고 지정 계획 공고'를 냈다. 포항시는 29, 30일 금융기관으로부터 신청서 및 유치제안서를 접수한 뒤 다음 달 6일 심의위원회를 열어 내년 1월부터 3년간 일반회계를 맡을 1금고, 기타 특별회계와 공기업특별회계 기금을 담당하는 2금고를 각각 선정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부터는 포항시의회 조례개정에 따라 수의계약이 아닌 일반 공개입찰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경쟁을 통한 고금리를 유도해 재정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며, 수의계약에 따른 시비나 잡음을 불식시킬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포항시금고는 1금고와 2금고로 나뉜다. 1금고의 수신규모는 1조523억원, 2금고는 2천718억원이나 된다. 유치에 성공하면 수천억원의 자금을 운영하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2천여 명이 넘는 포항시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포항시금고는 포항시와 영일군이 통합한 1995년부터 1금고는 대구은행, 2금고는 농협이 도맡아 왔다. 이렇듯 대구은행은 지역의 대표은행으로서 수성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농협은 이번만큼은 만년 2위에서 반드시 1금고를 차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국내 대표적 시중은행인 신한은행은 거대한 자본과 전국적인 지점망을 앞세워 대구은행의 아성을 무너뜨린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의 전략은?

대구은행은 입찰공고 다음 날인 12일 포항시청에서 박인규 행장 주재로 전국 부'점장 회의를 열었다. 그만큼 대구은행이 갖고있는 위기의식이 남다르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구은행 강영순 환동해본부장은 "경북 제1금고인 포항시금고는 지역은행인 대구은행의 자존심 차원에서도 절대 놓칠 수 없으며 은행의 사활을 걸고 유치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은행은 경쟁 은행보다 많은 시내 지점망이 강점이다. 이는 지역 주민의 이용 편의성과 직결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포항시금고를 공개경쟁 방식으로 선정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금리'에 있기 때문에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보다는 금리 부분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협도 이번만큼은 1금고 유치라는 목표를 세우고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정용섭 농협 포항시지부장은 "서민금융기관이라는 농협의 이미지와 전국에 걸친 거미줄 지점망을 앞세워 반드시 1금고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농협은 시내 지점을 포함해 단위 농협과 축협 등을 포함하면 50개가 넘는 점포망을 구축해 포항에서 가장 높은 점포망을 형성하고 있어 시민들의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포항시조례에는 제1금융권 점포수만 포함토록 제한하고 있어 농협은 단위 농협 등을 제외한 시내 지점이 10곳으로 줄어든다. 반면 대구은행은 20곳에 달한다.

그러나 농협은 은행, 회원농협지점, 하나로클럽, 하나로마트 등 지역에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1금융권 가운데 외국인 자본이 없는 유일한 은행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밖에 매년 1천2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지역사회 공헌활동비로 쓰고 있는 데다 3년 연속 사회공헌활동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6년 전 포항시금고 경쟁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신한은행 측은 "아직 은행 차원에서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포항시금고 유치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유치가 확정되면 포항시를 움직일 다양한 제안을 담아 예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 조성사업에 이익을 챙긴 과거 행적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해 있는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해 PFV㈜(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로부터 수수한 금융자문수수료와 대출주간수수료 54억원을 받아 챙긴 사실이 드러나 시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54억원은 시민의 혈세다. 이 때문에 포항경실련이 최근 신한은행에 대해 불공정 수수료 반환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포항시 황병한 경제산업국장은 "금고지정을 위한 평가항목에 따라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심사를 통해 포항시금고를 확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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