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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지방주택정책,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부동산 업계의 관심은 온통 규제완화를 통한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에 맞춰져 있다.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란 주택거래 활성화와 주택가격 상승의 다른 표현이다.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해서 내수시장을 살리고 더 나아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른바 부동산 시장 지렛대 이론이 동원되고 있다.

이 논리대로라면 대구시는 벌써 부동산 시장 덕분에 지역경제가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어야 한다. 대구시는 최근 들어 전국의 시도 중에서 가장 빠른 주택가격 상승세를 보여 부동산 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2013년 3월 주택가격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2014년 6월 현재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서울시가 101.4이고, 6개 광역시 평균은 102.9인데 대구시는 111.5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주택거래량은 2006년 기준 28.2%, 2010년 기준 64.5%가 증가했다. 2008년 1월부터 거의 30%가 오르고 거래량도 급등했지만 대구의 체감경기는 부동산 시장과 별개다.

부동산과 관련된 규제를 풀고 조세를 감면하면 부동산 시장이 일시적으로 부양될 수는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주택을 구입해야 하고, 누군가는 부동산 투자사업의 고객이 되어야 한다면 다른 문제가 된다. 상환능력이 없는 가구가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하면 그 순간부터 이른바 '하우스 푸어'가 된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동산 담보대출의 약 70%는 이자만 상환하고 있다. 그러니 주택을 구입할수록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68.3%에 이르러 OECD 최대 수준이다. 부동산 투자사업이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거나 임대료 소득이 충분해야 한다. 결국 이 두 가지는 무주택자가 떠안아야 할 부담일 뿐이다.

주택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기에는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면 주택을 신규로 공급하는 효과라도 얻을 수 있었다. 주택수요가 보장된다면 건설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주택의 공급부족이 더 이상 주택문제가 아닌 시기가 되었다.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선 지 오래되었고 서울에서만 1천여 개의 정비구역이 대기 중이며, 경기도에도 수천만 평의 택지가 준비되어 있다.

정부나 국가공사는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기에 신속하게 대량의 주택을 공급하는데 훌륭한 역량을 발휘했지만, 이젠 그 역할이 거의 끝났다. 부족한 주택 총량을 채우기 위해 획일적으로 주택의 유형이나 평형을 결정하던 시기도 지났다. 주택공급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공급을 억제하는 모든 규제를 다 완화해서라도 공급을 촉진해야 한다던 주장도 넘쳐나는 주택미분양 상황에서는 철모르는 매미 소리와 같은 울림에 불과하다.

이젠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주택정책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지역민들의 주거실태를 꼼꼼하게 파악해서 다양한 주거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주택수요에 맞춤형 공급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주택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실행기구를 설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육성해야 한다. 서울시는 서울형 주택정책을 도출하기 위해 주택정책개발센터를 설치하였으며, 전세보증금의 안정적인 반환을 보장하고 이주 시기 불일치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전월세보증금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지방정부는 새로운 유형의 주택을 개발하고 다양한 주체에 의한 주택공급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미 전국적으로 10여 개에 이르는 사회적 기업이 주택건설이나 주택개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공공과 민간이 주체가 되어 수많은 주택협동조합이 구성되어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와 같은 공유주택이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청년층, 귀농인 등 다양한 주체와 목적으로 맞춤형 주택에 대한 요구도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주택정책을 경제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시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신속한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과도하게 파괴된 도시를 재생시키고, 더욱 불안정해진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세심한 주거대책을 마련할 때다.

변창흠/세종대 행정학과 교수·한국도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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