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이 취업난으로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학적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들 대학은 취업을 위해 졸업이수학점을 다 채우고도 졸업을 미뤄야 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절박한 상황을 악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학생들이 듣지도 않는 수업료를 내면서 졸업을 미루는 이유는 졸업생이라는 '딱지'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취업시장에서 졸업생은 '찬밥 신세'라 어쩔 수 없이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려고 일부러 졸업이수학점을 채우지 않고 다음 학기에 수강신청을 하게 된다"며 "1학점당 수업료가 10만~30만원에 이른다"고 하소연했다.
학교마다 학생들의 처지는 다르다. 대구대와 대구가톨릭대는 졸업 자격 학점을 모두 이수했더라도 학생이 신청하면 추가 등록금 없이 졸업을 미뤄준다. 공식적으로 졸업 유예 제도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북대와 영남대, 계명대는 사범대생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졸업 유예를 허용하고 있어 다른 학생들은 주머니를 털어야 졸업을 미룰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 3개 대학 학생들은 4학년 2학기 때 일부러 졸업이수학점을 충족시키지 않은 채 수업료를 내고 9학기 수강신청을 하는 방법으로 졸업을 늦추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졸업이수학점을 모두 채운 장혜영(가명'23) 씨는 시각디자이너 입사 준비를 위해 이달 '연장 등록용 1학점'을 등록했다. 그는 "졸업을 미루려 듣지도 않는 학점 신청을 하느라 22만원을 학교에 내야 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취업난이 심해지자 졸업이수학점을 취득하더라도 졸업 대신 돈을 내고 1~3학점을 신청하면 재학생 신분을 유지해주고 있다.
영남대 이모(26) 씨도 "9학기 한 과목을 신청하고 70만원의 등록금을 냈지만 스펙 쌓으랴 아르바이트하랴 바빠 수업에 거의 안 들어갔다"고 했다. 계명대 정모(23) 씨는 "요즘 대다수 취업준비생이 졸업을 꺼리는 데도 학교는 이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등록금만 챙기려 하고 있다. 졸업 유예 제도를 공식 허용하든지, 9학기 때 들을 수 있는 자기소개서 쓰기와 면접 기법 등 취업을 위한 과목이라도 개설해 달라"고 말했다. 이들 대학 학생들은 대학이 취업난에 몰린 졸업예정자들을 위해 졸업 유예 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 측은 학생들의 취업 시기가 늦어질 우려가 있어 졸업 유예 제도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모든 학생들에게 졸업 유예를 허용하면 곧장 취업하지 않고 학교에 머무르려는 학생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검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어쩔 수 없이 졸업을 미룬 일명 '졸업 유예 학생'은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대구경북 5개 4년제 대학에 모두 9천81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대가 3천277명으로 가장 많고 경북대가 3천8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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