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심, '세월호 정치' 일삼은 야당을 심판했다

새누리당 11석, 새정치민주연합 4석, 전국 15곳에서 미니총선의 성격을 띠고 열린 7'30 재'보선에서 야당이 무참하게 패했다. 선거는 본질적으로 심판임을 감안할 때, 유권자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과 수습 과정의 무능 그리고 매번 인사 참사를 빚는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보다 원칙 없는 전략 공천과 명분 없는 연대, 근거 없는 세월호 선동과 유병언 괴담 퍼 나르기를 일삼은 야당을 더 심판했다.

선거 초반 상황은 모든 면에서 야당에 유리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거듭된 자충수와 악수(惡手)로 패배를 자초했다. 야당의 침몰은 서울 동작을과 광주 광산을의 이해하기 힘든 전략공천에서 시작돼, 납득하기 어려운 서울과 수도권 4곳의 후보자 연대에서 헛발질을 더했고, 수습보다 여론몰이에 세월호 참사를 끌어대는 퇴행적 세월호 정치(政治)에서 그 종지부를 찍었다.

권은희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은 당선됐지만, 향후 신중하게 활동해야 한다. 권 당선인은 국정원 외압을 폭로했다가 법원으로부터 거짓말이라고 판결을 받고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략공천을 하자 사양하지 않고 덜컥 물었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체 지지율이 10% 이상 떨어졌고, 본인도 유권자의 13%(투표율 22.3%, 득표율 60.6%) 지지밖에 받지 못했다. '반쪽 금배지'의 의미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사실상 민심은 광주의 딸 권은희를 배척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제 눈을 제가 찔렀다.

야당은 야당다워야 민심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진 이래,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수렁에서 건져내고, 국가혁신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근거 없는 선동과 괴담 퍼뜨리기에 앞장서면서 끝없이 '세월호 재미'를 보려다가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극한 어려움에 처해서도 야당은 유권자들에게 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심어주어야 언젠가 수권(授權)을 꿈꿀 수 있다. 평상시 야당다운 야당 노릇이란, 기득권 정부 여당이 생각하지 못하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현장을 찾아다니는 성실함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믿음직함을 일컫는다.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은 걸핏하면 길거리로 나서고, 만사를 걸고넘어지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야당다운 야당이 아니다.

이 밖에도 지난 1996년 이래 처음으로 지역주의를 무너뜨린 전남 곡성'순천의 이정현 새누리당 당선인은 우리 정치의 새로운 희망이다. 이정현 당선인을 뽑은 전라도 유권자들처럼, 대구의 민심도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에게 40.3%의 지지율을 보인 것은 이제 지방색을 넘어 인물과 정책 대결을 유권자들이 요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정치권은 민심만큼이라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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