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 되면 여성들의 노출 수위도 점차 올라간다. 그러다 보니 성범죄, 특히 성추행 범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성추행 범죄를 막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7월 말, 여름의 최정점을 알리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적고 폭염으로 인해 체감온도가 올라가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노출의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물건을 보면 욕심이 난다'는 사자성어가 문득 생각난다. 올해 7월 한 달 동안 경북도내에서 접수된 성폭력 범죄 건수는 총 40여 건으로 월평균 30여 건에 비해 약 30%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심한 노출을 접한 후 자신의 성욕을 참지 못하고 충동적인 범죄를 저지르면서 자연스럽게 성폭력 건수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성폭력 범죄는 유형별로 강간, 강제추행, 성추행, 성희롱 둥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름철에는 특히 성추행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12에 신고되는 성추행의 유형을 살펴보면 일명 '바바리맨'으로 불리는 노출형, 공공장소 추행형, 신체 특정부위를 만진 뒤 도망가는 도주형, 주취자만 골라 추행하는 더티형 등이 있다. 이미 여러 유형으로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최근 112로 접수된 사건 중 기억에 남는 성범죄 관련 신고 몇 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 5월 중순 어느 날, 오후 6시쯤 됐을 때 한 통의 112신고가 걸려 왔다.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그 여성은 "경찰이죠? 강변 공터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덮어쓴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허벅지를 만지고 도망갔어요!" 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 같은 내용의 신고가 연이어 접수됐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공원에서 무방비 상태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장난하듯 저지른 성범죄지만 피해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우리는 검은 비닐봉지를 덮어쓴 남자를 '변태 성추행범'으로 상정하고 인상착의를 수배하는 등 여러 조치를 했으나 주택 골목길로 도주하는 바람에 현장검거는 못 하고 동종 전과자를 상대로 계속 수사 중에 있다.
또 다른 신고건은 성범죄는 아니지만 심한 노출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본 사례이다. 올해 6월 중순 어떤 여성의 신고내용이다. "저희 집 앞이 원룸인데요, 맞은 편 집에서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남녀가 옷을 다 벗고 야한 행동을 하고 있어요. 어린아이들도 같이 있는데 아이들이 볼까 봐 두렵습니다. 단속을 좀 해 주세요!"
신고접수 경찰관도 황당해 일단 지역 담당 경찰관을 출동시켰다. 출동한 담당경찰관도 어떻게 단속을 해야 될 지 난감했다. 담당경찰관은 자기 집에서 옷을 벗고 있는 상황이라 남에게 보여줄 의도가 없었고, 음란성 행동이나 타인에게 심각한 범죄피해를 입히는 행동도 없었기에 일단 찾아가 주의를 주는 선에서 끝을 냈다 한다. 아무리 덥더라도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도심에서 타인에게 혐오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하는 행동들은 설령 범죄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점에서 '범죄'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노출의 계절인 여름, 성범죄 예방은 어떻게 하면 될까? 먼저 남 보기에도 너무 도가 넘은 노출을 피하는 게 범죄의 표적에서 멀어질 수 있다. 어느 유명한 정신과 의사는 "여자의 옷차림이 성범죄의 동기가 될 수 있다"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사건도 같은 맥락의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골목길이나 공원, 등산로 등 사람의 인적이 드문 장소에 혼자 있는 것은 될 수 있는 한 피하는 것이 좋다. 모든 범죄자들이 그렇지만 특히 성범죄자들은 어둡고 컴컴한 은밀한 장소를 선호한다. 그리고 혹 있을지 모르는 성범죄에 대비해 호루라기나, 최루액 등 가벼운 호신용 장비도 소지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셋째, 술은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정도로 마시고 불쾌한 성적인 접촉이나 상황에 직면했을 때 분명한 거부의사를 표시할 줄도 알아야 한다. 또 항상 비상금을 소지하고 택시를 이용할 때는 콜택시를 이용하고 택시 회사명과 차 번호를 꼭 기억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넷째, 긴급상황에 대비해 112나 119등 긴급신고전화 앱을 휴대폰에 설치하고,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단축다이얼 설정도 필요하다. 휴대폰을 가지고 다닐 때 여성은 꼭 GPS를 켜 놓는 것도 위치 파악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112로 긴급신고를 접수하다 보면 대부분의 피해여성들은 놀라고 흥분해서 울기만 하면서 신고 장소나 피해 정도, 가해자의 유무 등 중요한 신고내용을 말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신고에서 가장 중요한 신고 장소, 피해 정도, 가해자 정보는 정확하게 이야기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위급하고 힘들고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하고 싶으면 침착하게 심호흡을 크게 몇 번 하고 112를 눌러 보자. 여러분의 곁에는 항상 가족 같은 112가 있음을 기억하자.
정상훈(경북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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