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여는 효제상담뜨락] 남편의 아픈 환상-아내의 손길로

부부갈등의 대부분 요인은 성격, 경제, 외도, 자녀, 가정소홀, 성적갈등, 원 가족의 개입 문제 등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부부 다툼을 끈질기게 활성화시키는 사람들일수록 알고 보면 진정한 싸움의 원인은 드러난 요인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진짜 이유는 바로 배우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싶은데 정작 그 사랑을 받지 못해 마음앓이를 하다 곪아 터진 것이 근본 원인이다. 즉, 부부싸움의 대부분은 상대 배우자가 자신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한 우회적인 시비이고 간접적인 공격인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다. 차라리 그냥 배우자에게 맛난 사랑을 좀 달라 하면 될 것을, 많은 배우자들은 죽어도 이 말 하기를 꺼린다. 왜냐하면 이들의 신념에는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과 '사랑하기로 마음먹으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이는 것 아닌가?'라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과는 대화를 하면 협상도 잘되고 대화도 잘되지만, 세상에서 가장 이것이 안 되는 사람들이 바로 부부가 아니던가. 그래서 이런 부부들은 실속 없이 남들한테는 참 친절하고 헌신적이며 살갑기 그지없으면서도 정작 자기 배우자나 가족에게는 퉁명스럽기 그지없고 무심하여 달착지근한 사랑을 주지 않아 몸살을 앓게 한다. 왜일까. 필자가 상담을 통해 본 이들의 심리는 가족에게 소외감을 주면서까지 자기 가족을 아낄 줄 모르는 배우자는 가족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간직해온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던 마음의 현상이 자기 모습을 한 가족에게 투사(projection)되어 나타나기 때문인 것이다. 다시 말해,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해 낮은 자존감과 우울감이 형성된 아이는 미해결 상태로 성인기에 와서는 자기 모습을 한 가족에게 부정적인 상을 던져 초라했던 자신의 모습을 동일시함으로써 가족을 따뜻하게 사랑할 수 없는 법이다. 그것은 바로, 그 배우자들의 내적 세계에 자리 잡은 '인지적 오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인지적 오류의 틀 속에는 마음 아프고 힘들었던 상처가 있던 가난한 과거가 지나간 일일 뿐이건만, 마치, 지금도 과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처럼 그 환상을 오래도록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환상을 걷어내고 지금 여기에 맞는 맞춤식의 사랑법을 찾으려면 배우자의 따뜻한 이해의 마음이 환상을 걷어내는 유일한 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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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