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어려서 가난하게 자라서인지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타인에겐 자기 목소리도 못 내는 사람입니다. 남편은 동생들이 울면 집주인이 방을 비우라고 할까 봐 아기를 둘러업고 밤새 골목을 서성이기도 했고, 세수할 때도 주인집 아이가 씻기를 기다렸다 겨우 고양이 세수만 하던 일이 많았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남의 눈치를 본다는 것입니다. 식당에서 김치 추가 주문조차 힘들어하고 휴가지 숙소에서는 기기 사용에 대해 가족을 통제하는 등 주인의 눈치를 봅니다. 남편이 이러니 친지들도 우리를 소홀히 대하고 무시하기 시작했지요. 이로 인해 저는 너무 불행했고 화가 치밀어 날마다 싸웠습니다. 그러나 결코 변하지 않는 남편 앞에서 저는 좌절합니다. 남편이 당당하게 우리를 지켜주는 가장이기를 바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내는 뭐니 뭐니 해도 남편이 내 편이 되어주고 울타리가 되어 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이렇듯 여자는 누구나 배우자나 가족으로부터 보호받는 데서 행복을 열어 간답니다. 귀하도 결혼하면 남편이 멋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 남편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로 가족들에게 남편의 든든한 역할이라든지 아버지로서의 기쁜 일들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보이고 있군요. 그래서 가족보다는 타인들의 욕구와 비위를 우선적으로 맞춰주고 결국, 가족을 소외시켜 결혼 생활의 위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가장 소중하게 대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자신의 아내요, 아이들인데 말이지요. 아버지의 이런 모습은 아이들이 스스로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을 갖게 하고 우울하고 자존감 낮은 아이로 만들어 가는 데 영향을 주리라 봅니다. 어쩌면 남편은 '그때 거기서' 있었던 불행한 일들이 '지금, 여기에서도'도 일어나는 것으로 인지적 오류를 일으켜 계속적으로 불행감을 껴안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결과, 아내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오해하고, 남보다 못한 가족이라고 우울해진 나머지 날마다 남편과의 투쟁을 벌이는 연속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아내는 남편의 내면에 있는 어린아이 때를 들여다보는 조용한 마음공부 시간을 갖기를 권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남편의 모습은 다 자란 중년 남성이지만, 그 내면에는 여전히 대인관계가 힘들고 그들 앞에 서면 긴장을 하게 돼 마침내 상대가 바라는 것을 미리 주어버리는 어린 모습을 말입니다. 타인으로부터 버려질 것 같은 자기불안을 상쇄시키기 위해 눈물겨운 내적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아내가 그것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남편 속에 들어 있는 미해결된 어린아이를 달래주고 용기를 주고 행복해진 지금 여기를 볼 수 있게 과거로부터의 분리작업을 도와 아내가 원하는 용기 있는 남편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자신도 모르게 아내와 가족을 남보다 우선시 여기지 않는 남편의 불안한 모습에 긍휼함을 가지고 조용히 다독여 주세요. 이제 그 옛날은 흘러가고 지금은 이렇게 귀한 아내, 예쁜 자식들이 주인인 좋은 집에 살고 있는 '지금'을 보게 해 주는 따뜻한 말로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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