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달 1일 취임한 뒤 대구를 혁신'변화시키고, 대구의 미래를 위한 신규 과제를 발굴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 중심에는 권 시장으로부터 막중한 권한을 위임받은 '대구혁신 100일 위원회'가 있다. 위원회는 고민과 회의를 거듭하며 조직 개편과 시민 소통, 민원 해결 등 최우선 과제 처리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요즘 대구에서 가장 '핫'한 대구혁신 100일 위원회의 한 가운데엔 김영화(60) 위원장이 있다. 그는 권 시장의 임기 초기 브레인과도 같은 100일 위원회를 진두지휘하며 대구의 밝은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새로운 대구를 설계하고 있는 김영화 위원장을 만났다.
-100일 위원회 위원장을 수락한 이유가 가장 궁금하다. 야당 성향으로 알려졌고, 실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공동대표까지 맡았다. 시민운동가가 행정기관 깊숙이 들어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솔직히 많은 분이 말렸다. '하지 말라'고, '해도 성공 못 한다'고 했다. 심지어 '들러리'일 뿐이라고 하는 분도 있었다. '공무원 세계는 견고한 섬'이어서 바꿀 수 없거나 정말 힘들 거라고 했다.
그런데도 위원장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대구 사회를 바꿔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구는 이상한 섬, 고립된 도시 등의 각종 오명 속에 살고 있다. 대구시민으로서의 자부심도 별로 없다. 교수 임용 후 27년간 대구에 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 가르친 학생들이 하나 둘 서울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들 왜 서울로 떠나려 하고, 가야만 하는지' 많이 고민했다. 대구에는 남아 있으려고도 하지 않고, 남아 있으려 해도 있을 곳도 없다. 대구서 자라고 배워서 인재가 되고, 대구에 남아야 대구가 성장하고 신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대구 사회를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늘 시민 소통, 공동체에 대한 희망과 기대, 열망 등을 가져왔는데 이를 실현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시민'학술'여성 등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나 자신을 걸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함께 일하거나 활동했던 시민단체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변절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절대 변절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러한 소극적인 감시'견제만으로 시정을 바꿀 수 있겠느냐'는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다. 그러던 중 위원장 제안이 들어왔고, 시민이 직접 시정에 참여할 수 있고, 대구를 변화시킬 기회라고 생각해 고민 끝에 받아들이게 됐다. 시정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시민, 시민단체는 이런저런 틀 속에 갇혀 있었다. 역동적인 변화의 주체가 된 적이 없었다. 좌절감, 체념에 젖어 정체돼 있었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니 한 번 해봐라' 하는데도 하지 않으면 변화에 대한 갈망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원회 위원 간, 또 위원회와 시청 공무원 간에 의견 충돌이나 이견이 많지 않나. 그 경우엔 어떻게 해결하나. 공무원들과 소통은 잘 되나.
▶의견이 다를 수가 있지만 하나의 통일된 의견을 만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여러 의견을 3, 4개 정도의 안으로 추린 뒤 각각의 좋고 나쁨과 장단점, 찬반, 논쟁 등을 살려서 이를 시장에게 전달, 최종적으로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하고 있다.
위원회 활동을 통해 공직사회가 계급사회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위원회 안에서도 상사가 있으면 얘기를 마음대로 못하는 분위기다. 이것부터 바꿔야 한다. 좀 더 개방적인 사고를 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들이 현장 노하우를 살려 각각의 안에 대한 문제점과 한계 등을 얘기해줬으면 좋겠는데 의견 내는 것을 너무 조심해 한다. 변화와 혁신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지나치게 조심하면 얘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대구시장 당선인 취임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이어 대구시정 혁신 100일 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혹시 권영진 시장과 잘 아는 관계이거나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건 아닌가.
▶나도 내가 왜 취임준비위원회 및 100일 위원회 위원장이 됐는지 전혀 모른다. 시장에게 정말 묻고 싶다. 그런데 묻는 게 아닌 것 같아 지금까지 물어보지 못했다.
권 시장과의 인연도 전혀 없다. 지난해 대구경북학회 회장 시절 학회 행사에서 처음 보고 인사 정도 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올 5월 말 지방선거 당시 김부겸 후보와의 토론회 자리에서 악수한 게 다다. (기자에게 부탁하듯) 위원장을 왜 시켰는지 대신 꼭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100일 위원회의 역할이 들러리나 얼굴 마담 아니냐는 우려와 의구심도 있다. 100일 위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자칫 들러리나 얼굴 마담이 되기 쉬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위원회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성실하게 만들어 제시한 의견을 현실에 맞게 잘 활용하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열심히 했는데 받아들이지 않고 관행대로 한다면 들러리가 되는 것이다. 의견이 안 맞는 부분도 있고 힘든 때도 있지만 3주 정도 지난 지금에서 평가했을 때 들러리가 된 것 같지는 않다.
100일 위원회는 신임 시장의 의지와 공무원들의 경험을 반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소통의 다리 역할과 통합적인 문제 해결, 갈등 해소를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과 공무원, 공무원과 시민이 직접 부딪치지 않고 최상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완충'완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위원회의 역할이다.
※대구혁신 100일 위원회=권영진 대구시장 임기 내 시정을 이끌 조직 및 방향을 정하고, 핵심 사업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 학계, 경제계, 시민사회단체, 공무원 등 17명으로 구성됐고, 김영화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7월 9일부터 10월 16일까지 활동하며 기존 사업에 대한 추진 여부, 공약 사업 세부실행계획 수립, 혁신과 변화를 선도할 신규 과제 발굴 등 4년간 실천할 전략 및 혁신 과제를 담은 대구혁신 실천 로드맵을 작성하게 된다.
◇김영화 위원장이 본 권영진 시장
김영화 위원장은 권영진 대구시장을 '따뜻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취임 며칠 뒤 나온 '맨홀 때문에 장애인 된 시민. 권 시장 항소 포기 권유' 기사를 접하고 특히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휴머니즘과 약자 중심의 마음이 느껴졌다"며 "정말 사람'서민 중심의 정치를 펼치려나 보다, 시민 속으로 들어가려나 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려감도 숨기지 않았다. '목숨 바치겠다' '잘해 보겠다'고 했지만 기존의 벽, 관행을 뚫지 못하고 안주해 '그냥 그런 시장'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는 것. 그는 "기존 관행을 깨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잘 안될 거라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해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그럴수록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도록 주변에서 더 도와주고 잘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에 대해 좀 더 잘 알아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몰라서 변화와 혁신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대구가 그동안 쌓아온 것, 역사, 대구를 움직여 온 긍정적인 면 등을 잘 알았으면 좋겠다"며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많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많은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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