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인들에 설탕물만 먹이고 감금 폭행한 '구미판 도가니'

장애인복지재단 대표 등 6명 구속 기소…공무원 유착 비리도 수사

'구미판 도가니' 사건이 터졌다. 장애인 인권을 짓밟고 국고 보조금 7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장애인복지재단 대표를 비롯해 복지시설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기소됐다.

◆"식사는 고작 설탕물뿐이었다!"

대구지검 김천지청(지청장 최운식)은 복지시설에 입소해 있던 장애인들을 감금하는 등 가혹 행위를 하고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미시내 한 장애인 복지시설 관계자 20명을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장애인복지재단 대표 A(50), 사무국장 B(41), 전 부장 C(41), 사무국장 D(34) 생활재활교사 E(34)'F(44) 씨 등 6명을 구속기소하고, 재단 산하 장애인어린이집 시설장 G(38) 씨 등 14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에게는 상습 중감금,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 16명은 지난해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P(26) 씨가 다른 장애인을 폭행했다는 이유로 P씨의 양팔을 뒤로한 채 손발을 묶고 기저귀를 채운 뒤 나흘 동안 방에 감금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감금한 장애인에게는 설탕물 외 식사를 전혀 주지 않는 등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2월 2일부터 10월 12일 사이엔 P씨와 R(33) 씨 등에게 13차례나 폭행과 감금 등 가혹 행위를 일삼은 사실이 밝혀졌다.

◆복지는 뒷전, 주머니 챙기기 바빴다

가혹 행위뿐만이 아니었다. 복지재단 대표 A씨는 사무국장 D씨 등과 짜고 재단 산하 장애인어린이집, 노인복지타운, 장애인생활시설에 들어오는 식자재 납품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2009년부터 116차례에 걸쳐 6억200여만원을 빼돌렸다. 식자재를 납품하는 마트 운영자 2명 명의의 계좌와 통장을 아예 자신들이 직접 관리했다. 이들 통장에 주'부식비 명목으로 원래 가격보다 부풀린 돈을 입금시킨 뒤 실제 납품대금을 뺀 나머지를 빼내는 방법을 썼다.

A씨는 또 201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25차례에 걸쳐 복지재단으로 입금된 후원금 8천800만원을 자신의 남편 계좌로 빼돌렸다. 복지시설을 지을 때 진입로 공사는 재단이 부담해야 하지만 행정기관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그때 빼돌린 돈 1억1천200만원 중 일부를 남편에게 준 것이다. 명목은 공사비 변제. 이사회 회의록까지 위조해 마치 남편에게 돈을 빌린 것처럼 꾸민 뒤였다.

A씨는 입소 장애인 32명의 통장에서 1천780여만원을 마구 빼내서 개인적인 용도로 써버렸다. 게다가 복지시설에 근무한 적도 없는 Y씨를 생활재활교사로 근무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뒤 구미시로부터 보조금 1천여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A씨 등에 대한 추가 수사와 함께 시설 허가 과정에서의 공무원 유착 비리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장애인 생활시설 등 복지시설에 대한 인권유린, 보조금 횡령 등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관리감독 허술, 제도적 보완 필요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장애인 생활시설 내 장애인 신체 제약에 대한 규정 및 감독 등이 장애인 인권을 지키는 데 크게 모자란다는 점을 확인했다. 검찰은 기존 관리감독 체계에 허점이 많다고 보고 범죄 혐의자에 대한 처벌 외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정책 건의할 방침이다.

"구미시는 도대체 뭘 했느냐"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면서 구미시는 뒤늦게 복지시설에 대한 강도 높은 지도점검에 나서겠다고 했다.

시는 1억원 이상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단체에 대해 외부전문가와 공무원 17명으로 구성된 4개 지도점검반을 편성, 이달부터 강도 높은 지도점검을 한다.

구미시 남동수 사회복지과장은 "시설'단체의 재무회계 관리와 인력'후원금 관리 사항 등에 대한 지도 점검을 통해 더 이상 불미스러운 사태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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