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를 무대로…" 경북청년무역사관학교 77명 연수생 합숙 현장

무역인의 길 꿈을 향한 한 발짝

경북청년무역사관학교에 참여한 77명의 취업준비생은 무더위 속에서도 무역전문가가 되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북청년무역사관학교에 참여한 77명의 취업준비생은 무더위 속에서도 무역전문가가 되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위고' 팀이 조별과제 발표를 마친 뒤 질문을 받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청년무역사관학교에 참여한 연수생들의 과제회의 모습.
청년무역사관학교에 참여한 연수생들의 과제회의 모습.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무역인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30일 '경북청년무역사관학교' 연수생 77명은 '무역인'의 길로 들어서겠다는 굳은 의지로 한 달간의 합숙을 끝내고 수료증을 받았다. 이들은 대학입시 준비 때보다 더 치열한 합숙 생활을 버텨냈다.

◆쉴 틈 없는 전방위 교육

경북 왜관의 영진전문대 글로벌생활관. '경북청년무역사관학교' 2기생인 황미리(27) 씨는 오전 6시에 눈을 뜬다. 전날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한 과제 회의로 눈뜨기 어려울 정도로 피곤하지만 일어나야 한다. 오전 8시 20분 VIP레슨(개별 발표)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아침을 먹자마자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 황 씨는 "무역과 무관한 전공을 한 터라 조금이라도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특히 영어는 짬을 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청년무역사관학교'는 구인난을 호소하는 지역 무역업계, 구직난에 빠진 지역 대학생의 일자리 불균형(미스매치)을 없애고 실무형 무역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됐다. 첫 과정 개설 때부터 59명 선발에 268명이 지원, 4.5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지난달 7일 발대식을 열고 합숙에 돌입한 2기 참가자의 교육열도 1기 못지않다. 합숙훈련은 하루 24시간 가운데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교육과 공부, 연습의 연속이다. 오전 일정이 끝난 뒤 낮 12시부터 한 시간의 점심시간이 그나마 쉴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지만 대부분 오후 수업을 대비한다.

오후 들어 시작한 무역실무 강의는 높은 집중도를 요한다. 점심 이후 밀려오는 졸음이 가장 큰 적이다. 몇몇 학생은 교재를 들고 뒤로 나와 선 채로 강의를 듣는다. 무역협회 대경본부 한재완 과장은 "'사관학교'라는 명칭에 걸맞게 강의실에 있는 CCTV로 조는 연수생을 확인하고 있다"며 "그만큼 짧은 기간에 제대로 된 무역인을 양성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수업이 끝났지만, 참가자들의 일과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음날 있을 수업도 준비해야 해요. 또 그룹별로 해야 할 과제도 있거든요. 자정까지는 잠들 시간이 없어요."

◆실무형 인재로 성장 자부심

'경북청년무역사관학교'는 단순히 강의를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합숙 기간에 팀을 이뤄 과제를 수행한다. '실무형 인재'를 키우기 위함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청년무역사관학교 강의실. 사관학교 마지막 프로그램인 조별 과제 프레젠테이션이 진행 중이었다. 국내 중소기업을 직접 섭외해 제품을 사들일 해외바이어를 발굴해내는 '실습'으로 6~8명씩 한 조를 이뤄 3주 가까이 진행한 과제 수행 결과 발표시간이었다.

원액기 '널리팝'의 해외바이어를 찾아내려 했던 '위고'(WEGO) 팀은 제품 및 원액기 시장에 대한 분석, 해외 바이어들의 성향 등에 대해서 다각도로 접근하면서 이뤄낸 성과를 발표했다. 아쉽게도 바이어를 발굴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직접 시음을 하고 원액기를 빌려와 발표에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위고는 '우리는 금처럼 가치있다'(we are golden)는 뜻과 '우리가 간다'(we go)는 의미를 담았다. 멋진 이름을 지었지만, 과제 수행은 쉽지 않았다. 박정은(23) 씨는 "30개 국내 기업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제품을 해외에 판매해보겠다고 말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며 "무역인이 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았다"고 말했다. 최모세(24'한동대 경영학과) 씨는 "수행 과제를 하면서 힘들고 즐거웠던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사관학교를 끝내면서 많이 성장한 듯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교육과정과 어려움 속에서도 이처럼 참가자들이 열정을 가지는 이유는 '취업'과 연계되는 실무형 교육 프로그램이기 때문. 무역협회는 연수생을 대상으로 기업소개 시간과, 기업 인사 담당자와의 '취업 팁'과 컨설팅 기회도 마련했다. 연수생 신동헌(29) 씨는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다녔지만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만뒀다. 전공인 중국어를 살려 '무역'에 도전하고 싶어 이곳에 지원했다"며 "하루하루 수업을 들으면서 그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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