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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인력 넓어진 구역 "힘드네요"…"뉴스를 독자에게" 신문 배달원

동네 독자 돌아가셨다는 소식, 신문 끊기려나 싶어 두려워요

매일신문 만촌3동지국 배달원 강형묵(32) 씨가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에 신문을 싣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화섭 기자
매일신문 만촌3동지국 배달원 강형묵(32) 씨가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에 신문을 싣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화섭 기자

배달이 '소리'로 기억될 때가 있다. "세~타~악"이라는 구성진 소리가 들려올 때 집에 있던 사람들은 세탁소에 맡긴 세탁물이 도착했음을 알게 되고 "투두두두~"하는 오토바이 엔진 소리와 철커덩거리는 철가방 소리가 들리면 입에 침이 고인다. 하지만 요즘들어 참 듣기 어려운 배달 소리가 있다. "신문이요!"

"인터넷의 등장으로 종이 신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말은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문제는 신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오는 타격을 기자들만 받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신문이 가정에서 점점 사라지다 보니 인쇄된 신문을 배달하는 일을 맡은 신문지국과 배달원들도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매일신문 종로지국은 대구 중심가인 동성로와 종로 지역 일대의 배달을 담당하고 있다. 한때 20명 이상이었던 이 지국의 배달원 수는 현재 9명으로 줄어들었다.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사람이 늘면서 자연적으로 배달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박승환(69) 종로지국장은 "예전에는 배달원 포함해서 30명이 북적대면서 5천 부를 배달했지만 지금은 배달원 포함 14명의 인력이 2천300부 정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신문 만촌3동지국의 최상열(49) 지국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동네 소식 중 하나는 '독자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다. 최 지국장은 "'독자분이 돌아가셨다'고 하면 대부분 그 집은 신문을 끊더라"며 "결국 독자 한 명이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배달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중 방학 때 아르바이트로 신문을 돌리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신문배달 일을 하는 학생이 아예 없다. 현재는 전문배달원을 고용해서 배달을 맡기는데, 이마저도 구하기 쉽지 않다. 배달 부수가 줄어들면서 배달 인력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게 되고, 줄어든 배달 인력이 맡던 구역을 남은 사람들이 맡으면서 한 사람이 맡는 배달구역은 더 넓어져 일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박 지국장은 "시절이 좋을 때는 배달원 한 사람이 200부를 맡아도 두 시간 안에 다 돌릴 수 있었는데 요즘은 배달원 한 사람당 120부 안팎으로 양이 줄어들어도 다 돌리는 데 세 시간 반이 걸린다"며 "배달원이 줄어들면서 한 사람이 맡아야 할 배달구역이 넓어지니 배달이 느려지고 일은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손이 부족하면 지국장이 직접 배달에 나서기도 한다. 최 지국장은 "누가 언제 일을 그만두겠다고 할지 몰라 지국장이 배달에 차질이 안 생기게 항상 대기해야 한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촉이나 수금, 고객 민원 처리 등과 같은 지국장이 해야 하는 본래의 업무를 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문 배달의 쇠퇴는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2006년 신문유통원 출범 당시 문을 열었던 공동배달센터가 750개였던 것이 현재는 380개로 49.4% 감소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는 "신문구독 부수가 줄어들면서 문을 닫는 지국이 늘었고 이 때문에 한 지국이 여러 종류의 신문을 배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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