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선거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여당 인사로는 1988년 소선거구제 전환 이후 최초로 호남권에서 당선됐다. 이변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니 총선'이라 불리며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이번 재보선에서 공식처럼 여겨지던 관행도 사라졌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는 '재보선 공식'을 줄줄이 깬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라진 잠룡
역대 재보선은 정치 거물이나 중진이 국회에 재입성하는 발판이 됐다.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해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른 경우도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1998년 4월 치러진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인으로 데뷔했다.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도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93년 경기 광명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 정계에 입문한 뒤 경기지사'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거치며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가까이는 지난해 4'24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재진입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여권 내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된다. 재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한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도 김 대표와 재보선 동기로, 지난 대선에선 예비후보였고 여전히 차기 대권주자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달랐다. 서울 동작을에서 당선한 나경원 의원(3선)이나 전남 순천곡성에서 대이변을 일으킨 이정현 의원(재선) 정도가 회자된다. 새누리당에선 이명박 정부 실세였던 임태희 전 청와대실장, 새정치연합에선 지난 대선 당시 야권의 대선 경선주자였던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이 패배의 쓴맛을 봤다. 영원한 대권주자였던 손 전 상임고문은 선거 패배를 인정하고 정계를 떠났다.
◆투표율 높으면 여당이 불리?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통설은 6'4 지방선거와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재보선에서도 통하지 않았다. 역대 재보궐선거는 대체로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정당이 승리하고,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정당에 유리한 경향을 보였다. '높은 투표율=야당 유리'라는 공식은 투표율이 높을수록 야권 성향의 젊은층이 투표에 참여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최근 다섯 차례 재보선에서 투표율이 30%대면 여당이 승리했고, 40%를 넘어서면 야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는 투표율 상위 3곳을 새누리당이 석권했다. 새정치연합은 15곳 선거구 전체 평균(32.9%)보다 투표율이 높았던 6곳 가운데 전남 나주화순에서 한 석을 챙겼을 뿐이다. 최대 이변으로 꼽힌 전남 순천곡성 지역 투표율은 재보선이 치러진 15곳 가운데 가장 높은 51%였다. 여당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본 지역에서 높은 투표율에 힘입어 여당 당선자가 탄생한 것이다. 이 당선인은 고향인 곡성에서 70.6%를 득표했다. 투표율이 두 번째로 높은 곳은 서울 동작을(46.8%).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야권 단일화 후보인 정의당 노회찬 후보를 꺾은 곳이다. 세 번째로 투표율이 높았던 경기 김포(35.8%)에선 '치킨 사업가' 홍철호 후보가 대권주자 김두관 후보에 압승했다.
반면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광주 광산을(22.3%)에서는 새정치연합 권은희 후보가 당선했다. 보은공천 논란을 낳았던 지역으로 정치적 무관심이 극에 달했음을 방증하는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높은 투표율은 여야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관심으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고 했다.
◆먹혀들지 않은 정권심판론
새정치연합이 선거 기간 내내 목소리를 높였던 '정권심판론'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은 '야권심판론'으로 바뀌었다. 세월호 심판론, 정부 무능론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던 야당은 선거 막판 후보 단일화로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민생경제'지역일꾼론에 대적하지 못하고 거꾸로 심판을 받았다. 공허한 외침의 결과는 지도부 줄사퇴로 이어졌다. 반대로 박근혜정부 국정운영은 탄력을 받게 됐고, 새누리당은 기회를 얻었다.
전통적으로 정권심판론과 맞물려 '여당의 무덤'으로 불렸던 재보선이기에 새정치연합의 참패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4'24 재보선에선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3곳 가운데 2곳에서 이겼고, 집권 기간 내 실시한 모든 재보선에서 여당이 연패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비슷했다. 2009년 4'29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5대 0으로 완패했고, 이후 치러진 3번의 재보선 성적표도 13(야당'무소속)대 8로 저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3대 대선이 치러진 1987년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 30번 중 여당이 이긴 경우는 7번이었다. 선거구 수로 보면 101곳 중 28곳에서 여당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런데 이번 7'30 재보선에서 여당은 15곳 중 11곳에 깃발을 꽂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민생을 외면하고 해묵은 정권심판론에만 의지하는 야당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민생경제 안정을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가 재보선에선 여당이 불리하다는 공식을 뒤엎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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