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 오랜만에 신생아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산모 A씨가 울릉군 보건의료원을 찾은 것은 지난달 27일 자정쯤. 출산을 1개월여 앞둔 A씨는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을 호소했다. 응급실 공중보건의의 진찰 결과 자궁수축을 동반한 조기 진통으로 산모와 태아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응급실 공보의는 곧바로 경북소방본부, 동해해양경찰청 등에 연락을 취했다. A씨를 헬기에 태워 육지의 종합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날 동해 상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고 헬기는 이'착륙이 불가능했다. 응급실 공보의는 결국 산부인과 김세익 공보의에게 연락을 취했고, 황급히 의료원에 도착한 김 공보의는 곧바로 제왕절개 수술을 준비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복병이 등장했다. 수술에 필요한 혈액이 모자랐던 것이다. 오전 2시 30분, 의료원 측은 곧장 인근 울릉경비대에 연락해 울릉경비대원 4명으로부터 긴급 수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1시간여 뒤인 3시 42분, 예쁜 여자아기가 태어났다.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한 상태였다. 보호자는 "의료진과 직원들의 침착하고 빠른 대응 덕분에 무사히 새 생명을 얻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수술을 집도한 김 공보의는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해 기쁘고, 수술에 도움을 준 의료진과 경비대원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요즘 울릉도에선 신생아 울음소리를 듣기가 부쩍 어려워졌다. 열악한 의료 환경 탓이 크다. 울릉도에 산부인과 병원은 단 1곳도 없다. 1차 의료기관은 치과 1곳, 한의원 1곳이 전부다. 종합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는 보건의료원이 유일하다.
그러나 보건의료원도 열악한 의료 환경과 제한된 인력 탓에 중요한 수술을 요하는 환자가 발생하면 육지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해왔다. 이 같은 이유로 대다수 산모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육지 원정출산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연간 자연분만 건수는 손에 꼽을 정도. 제왕절개 수술로 아기가 태어난 것은 2011년 5월 이후 3년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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