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갈 곳 잃은 오페라 재단] <3>떨어진 직원 사기

서로 다른 월급체계·인사 갈등 같은 부서원 끼리도 '불협화음'

대구오페라재단 전경
대구오페라재단 전경

"이럴 바에는 왜 재단화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재)대구오페라하우스(이하 오페라재단) 직원들의 푸념이다. 오페라재단의 방향성에 대해 충분한 논의 없이 서둘러 재단이 출범할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당초 재단화를 촉구했던 찬성파들이 필요성의 근거로 내세웠던 재단화의 장점들은 흔적도 없이 추진 동력만 약화됐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오페라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마저도 사기가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단화 추진의 가장 중요한 근거로 꼽혔던 것은 3개 조직 통합을 통한 '효율성'과 '유연성'이었다. 하지만 출범 7개월이 넘도록 재단 내부는 여전히 '따로국밥'인 형국이다. 각 조직의 인력들을 모두 흡수통합해 하나의 조직으로 재정비했지만, 여전히 서로 다른 월급체계가 존재하다 보니 한 부서 안에서도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직무의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력을 배치한 데 따른 불만과 업무상 마찰도 빚어지고 있는 상태다. 오페라재단 한 관계자는 "다들 기회만 엿보면서 다른 공연장으로 옮겨갈 궁리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홍성주 문화예술과장은 "통합 과정에서 고용법상의 문제 때문에 기존 각 조직별 임금체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예산의 탄력적 운용'이라는 점 역시 재단 추진의 주요 근거로 꼽혔지만 오히려 재단화 이후 사단법인 시절보다 더 팍팍한 회계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라는 장르 특성상 꽉 짜인 예산 그대로 실행되기가 힘들고, 불가항력적인 돌발사태, 그리고 해외교류에 있어서의 사전 계약 등을 이유로 재단화를 통해 회계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지만, 막상 재단 출범 후 맞닥뜨린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특히 오페라재단이 재단적립금 없이 100% 시의 출연을 받는 사실상 '시 사업소' 형태가 되면서, 과거 사단법인 시절에 비해 각종 예산은 더욱 경직됐다.

재단 출범 이전 (사)오페라축제조직위원회가 쌓은 해외 교류 업적도 승계되지 못했다. 예전 터키와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의 해외 교류 성과를 모두 원점으로 돌리는 바람에 국제적인 신임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올 10월 열릴 1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해외 참가작들을 찾는 데도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재단 추진 이유이기도 했던 '재단 기부 활성화'라는 명분 역시 뒷전으로 밀렸다. 재단의 대표는 물론 이사진의 상당수를 지역의 내로라하는 기업인들로 선임하면서 '기부 활성화'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아직 기부 실적은 전무하다. 안재수 대표는 "대구가 워낙 큰 기업체가 없다 보니 기부를 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기부자를 찾기가 힘이 든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사진들 역시 기업경영자들을 상당수 선임해 기부활성화에 한몫을 하도록 하겠다는 명분을 달았지만, 역시 실적이 없다.

한 직원은 "재단화 과정에서 요구됐던 인력의 전문화, 조직의 자율성, 기부 활성화를 위한 안정적인 지원 예산 확보 등 어느 것 하나 나아진 것이 없는데 꼭 통합을 했어야 하는가 하는 회의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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