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기억해달라'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절규는 100㎜도 채 안 되는 빗속에 잠겨버렸다. 태풍 '나크리'가 지나가는 동안 경북도 내에서 1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안전한 다리와 위험 통제조차 없는 곳에서 일가족 등 7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고, 가드레일은커녕 중앙선까지 지워진 도로에서 60대 가장이 몰던 차량이 계곡 아래로 추락했다. 천장 지붕이 무너진 상주 수련원은 한 차례 현장확인도 없이 준공검사가 났다. 세월호 참사 후 100여 일이 흘렀지만 잊으려고 애만 쓸 뿐 되풀이하지 말자는 외침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였다.
3일 오전 2시 50분쯤 청도 운문면 신원리 송아리 오토캠핑장 앞 폭 30m의 삼계계곡을 건너려던 아반떼 승용차가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간 뒤 같은 날 오전 6시 45분쯤 사고지점에서 1.2㎞가량 떨어진 하류에서 뒤집힌 채 발견됐다. 차 안에 있던 주부 한모(46'경남 김해) 씨와 딸 윤모(21) 씨, 윤 씨 친구 박모(22) 씨, 한 씨의 남동생(38)과 부인(36), 이들 부부의 6세 및 3세 아들 등 7명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한 씨의 남동생이 차를 운전했으며 위험을 무릅쓰고 펜션을 급히 빠져나가다 급류에 휘말린 것으로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사고가 난 계곡에는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호우주의보가 발효됐으며 밤새 70㎜의 비가 내렸다. 매년 수천 명의 피서객이 찾는 곳이지만 계곡에는 보 형태의 통행로가 5곳 정도 설치돼 있을 뿐 급류를 피해 안전하게 물을 건널 수 있는 다리는 단 한 곳도 없다.
준공 10일 만에 천장이 무너져 자칫 대형참사가 날 뻔했던 상주 참샘수련원 붕괴 사고(본지 2일 자 1면 보도)는 준공검사 때 현장확인 없이 서류로만 준공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수련원 붕괴사고를 조사 중인 상주시와 상주경찰서는 천장공사 시공업자가 설계도대로 시공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데 이어 수련원의 설계와 감리를 맡아 준공검사 업무를 대행했던 상주의 한 건축사사무소도 부실하게 시공된 2층 천장 내부를 확인조차 않고 상주시에 준공 접수를 한 사실을 밝혀냈다. 상주시도 현장 확인절차 없이 서류만 보고 준공검사필증을 내줬다.
설계도에는 석고보드 천장 지탱을 위해 지붕철제구조물인 C형강을 사용해 용접하는 등 경량철골틀로 마감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비용이 훨씬 저렴한 가는 각목만 수십 개 못을 쳐서 걸어놓은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확인됐다.
한편 2일 오후 3시 30분쯤 청송 파천면 지경리 지경재 914번 지방도 옆 계곡에서 원모(66'구미) 씨가 자신의 마티즈 승용차에 탄 채 숨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원 씨의 아들로부터 "영덕 친척집에 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원 씨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한 끝에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은 "원 씨의 차량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날짜는 지난달 31일 오전 10시쯤이며 그후 지경재를 넘은 것으로 확인돼 사고 시각은 그날 오전 11~12시쯤으로 추정된다. 내리막 급커브여서 운전 부주의로 반대편 차선을 넘어 계곡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때문에 '가드레일'만 있었어도 원 씨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가 난 지점을 중심으로 주변 도로에는 콘크리트형 가드레일이 없었다. 마을 주민은 몇 해 전에도 차량 추락사고가 발생했지만 이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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