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현 당선' 잠 못드는 대구 의원들

겉으론…지역주의 타파에 공감, 속으론…여당 텃밭 깨질까 우려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국회의원의 여당 불모지 호남 입성이 성사되면서 여당 텃밭인 대구 정치권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선전을 펼친 터라, 당장 2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새누리 일색인 대구 정치판의 지형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국회의원들은 이정현 의원의 호남지역 당선에 대해 겉으로는 환영하는 모양새다. 친박계로 함께 활동했던 인연을 내세우는가 하면, 지역주의 타파의 공을 높이 사기도 한다. 여당 독점이 가져온 정치적 피로감에 대한 자성도 나온다.

한 의원은 "재보선이 끝난 직후 '이번엔 영남에서 응답할 차례'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사석에서는 '대구에도 야당 의원이 한두 명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속내는 많이 다르다. 새누리당 일색인 대구경북 정치권의 장벽에 균열이 오진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적잖다.

대구의 한 초선 의원은 "사석에서 야당 국회의원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다른 의원이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겉으로 내색해선 안 된다'며 핀잔을 줬다"고 털어놨다. 다른 중진 의원은 "정치발전을 위해 야당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그래도 선거에선 이기고 볼 일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의 당선이 주는 파급영향을 애써 낮추는 경우도 있다.

경북의 한 국회의원은 "그분이 지역에서 고생해 얻은 결과이지, 호남 지역 민심이 모두 바뀐 건 아니다"며 "이번 선거만으로 같은 일이 대구경북에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2년 뒤 총선에서 김부겸 전 최고위원의 재도전이 유력시 되는 곳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출마했던 대구 수성갑 지역이다. 이한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4선을 이룬 곳으로, 당시 김 전 최고위원은 이곳에서 40.3%를 득표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김 전 최고위원도 이미 "대구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이 전 원내대표는 "이정현 의원은 호남에 공로가 많은 사람이다. 김 전 최고위원도 대구에서 그만큼 열심히 해주면 좋은 것 아니겠느냐.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증명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호남에서 여당의원 뽑는다고 대구에서 야당의원을 뽑아야 하는 건 아니다. 누가 지역에 도움이 되고 국가에 도움되는 활동을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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