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널] 조선 남자를 사랑한 일본인 할머니들

KBS1 '다큐공감' 5일 오후 10시 50분

KBS1 TV 다큐공감 '두 개의 고향, 두 번의 눈물' 편이 5일 오후 10시 50분에 방송된다. 부산 영락공원에는 '일본인 묘지'가 있다. 일제강점기 때 한국에서 숨을 거뒀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1천500명의 일본인 위패다. 이곳을 정기적으로 찾는 할머니들이 있다. 당시 조선 남자와 결혼해 해방 후 한국에서 그대로 살아온 '일본인 처'들이다.

아오키 츠네(98) 할머니는 18세 때 징용 광부로 일하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언어의 장벽과 낯선 문화에도 불구하고 아들 셋을 낳고 살았다. 하지만 6'25전쟁 이후 아오키 츠네의 인생은 질곡을 겪는다. 전쟁 통에 막내아들은 굶어 죽었고, 남편은 술만 먹으면 때렸다. 어느 날 아오키 츠네는 맨발로 도망쳐 전국을 떠돌기 시작했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부산이다. 바다 건너 일본으로 가고 싶었지만, 한국 내 호적 정리가 안 돼 가지 못했다. 에노모토 미치호(96) 할머니는 고향 일본 오사카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조선 남자와 결혼한 그를 가족들은 반기지 않았고, 자녀들은 한국인이라며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모임이 있다. 일본인 처들의 모임 '부용회'다. 일본에서 한약방을 하던 남편과 결혼해 부산에 자리 잡은 구나타 후사코(102) 할머니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이들의 소식이 들리면 어디든 찾아가 도와줬다. 동병상련을 앓는 사람들이 제법 모이자 구나타 후사코는 1964년 모임을 만들었다. 한국의 무궁화도, 일본의 벚꽃도 모임 이름으로 쓸 수 없어 중국 꽃 '부용'을 택한 것이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부용회 모임을 갖는데 회원이 3명밖에 남지 않았다.

꽃다운 나이에 조국 대신 사랑을 선택한 일본인 처들. 그들의 눈물지고 굴곡졌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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