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에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는 현수막이 한 달째 걸려 있어 운전자와 보행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 수성구 수성4가 청구네거리에 '실종된 반려견 돼지를 찾아 주면 100만원을 사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을 내건 이는 조성은(30)'경은(29) 씨 자매다. 이들은 "자기 어미가 옆에 있어도 주인이 없으면 밥을 굶던 개가 얼마나 무서울지 걱정이 돼 하루라도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현수막을 걸었다"고 했다.
성은 씨에 따르면 '돼지'는 마른 체격에 앞니가 반쯤 빠진 8세 흰색 몰티즈 수컷이다. '돼지'는 지난달 9일 오후 4시쯤 실종됐다. 조 씨 자매가 대전에서 온 어머니와 함께 청구네거리 근처를 산책하던 중 갑자기 사라졌다.
조 씨 자매는 다음 날 급히 전단을 만들어 돌렸다. 이목을 끌어야겠다는 생각에 지난달 11일 아침 일찍 현수막을 만들어 동구 신천동 일대와 중구, 남구 등지에 8개를 걸었다. 30만원의 사례금도 날이 갈수록 높였다. 스티커를 이용해 현수막에 여러 차례 사례금을 수정한 끝에 지금은 100만원에 이른다.
성은 씨가 '돼지'를 애타게 찾는 이유는 '돼지'가 자신을 어미처럼 따랐기 때문이다. 2006년 10월 태어난 '돼지'를 8년 동안 어미 대신 돌봐온 성은 씨는 "2007년 대구의 한 대학에 입학하면서 '돼지'를 대전 고향집에 둔 채 내려왔다. 그러자 '돼지'가 굶고 울며 나만 찾았다고 해 그해 여름 '돼지'를 데려와 같이 살았다"고 했다.
이 자매는 '돼지'를 잃어버린 시간대 청구네거리를 지나는 버스의 블랙박스를 조회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실낱같은 희망도 찾았다. 당시 실종 장소를 지나간 한 버스기사가 잠시 정차 중 "검정 차량이 버스승강장 앞에 서더니 승강장에서 개를 안고 있던 할머니에게 주인 잃은 개냐고 묻고는 자신이 보호소에 데려다 주겠다며 흰 강아지를 차에 태우는 것을 봤다"고 알려줬다.
자매는 개를 찾았다는 연락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성은 씨는 "연락이 올 때까지 인터넷 카페와 애견 센터, 동물보호소 등에 소식을 알리는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생각이다"고 했다.
수성구청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조 씨 자매의 현수막은 원칙상 불법이지만 사고 목격자나 실종자를 찾는 등 비영리 목적이면 한 달까지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며 "사연이 딱한 만큼 치워달라는 민원이 없으면 당분간 현수막을 철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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