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의 흥행 요인은 국민 영웅 '이순신'뿐일까. 또 있다. 바로 '전함'이다. 전함들이 모여 펼치는 '함대전'이다. 영화 포스터에 적힌 문구가 잘 말해준다. '330척에 맞선 12척의 배, 역사를 바꾼 위대한 전쟁이 시작된다'.
명량은 128분 상영시간 중 무려 절반(61분)을 해상 전투 장면에 할애한 블록버스터 함대전 영화다. 극 중 위기는 전투 직전 마지막 남은 거북선이 불에 타 사라지면서 본격적으로 고조되기 시작하더니, 전함을 적 전함에 부닥쳐 깨부수는 '충파' 전술의 짜릿함으로 해소된다. 명량은 이순신의 서사이면서, 이순신과 병사들과 백성들의 염원을 오롯이 담은 전함의 서사다. 명량의 인기를 계기로 다른 함대전 영화들을 살펴봤다. 비교해봤더니 닮은꼴 흥행 요인들을 찾을 수 있었다.
◆ 배수의 진 : 창의적 전술로 열세 뒤집기
적벽대전은 중국 삼국시대에 양쯔강 적벽에서 조조의 수십만 군대와 유비'손권의 수만 연합군이 벌인 전투다. 이를 그린 작품이 중국 영화 '적벽대전'이다. 영화는 1탄(2008)과 2탄(2009)으로 나뉘어 개봉했다. 1탄은 전투 준비, 2탄은 실제 전투를 그렸다. 명량의 전'후반 구성과 닮았다.
적벽대전과 명량해전의 닮은 점은 열세인 쪽이 '배수의 진'을 쳤다는 것이다. 이 전술은 한나라 유방의 참모 한신이 조나라와 싸울 때 썼다. 배수의 진은 군대를 일부러 막다른 구석에 두는 대신 사기를 올리는 병법이다.
한신은 병사들에게 "한 걸음만 물러서면 두 번 다시 고향을 밟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리라"고 했다. 사기가 오른 한나라 군대는 병력이 10배나 되는 조나라 군대를 물리치고 대승을 거둔다. 명량의 이순신도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며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운다. 영화 적벽대전에서는 손권군의 카리스마 넘치는 사령관 주유가 출정 전 사기 진작 역할을 맡는다. 배수의 진은 영화 속 비장감을 증폭시키는 장치이기도 한 셈이다.
적벽대전과 명량해전은 열세인 함대가 창의적인 전술로 승리한 전투다. 적벽대전에서는 유비군 참모 제갈량이 지략으로 아군에 유리한 동남풍을 부르고, 여기에 손권군 장수 황개가 투항을 가장한 전함으로 화공을 퍼부으며 적벽을 불바다로 만든다. 조조군의 수천 전함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된다. 명량의 이순신도 병력은 열세이지만 전함(판옥선)이 더 튼튼한 점, 천자총통'조란탄 등 함포 무기의 성능이 우월한 점, 명량(울돌목) 바다의 조류와 지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점 등을 최대한 활용해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 선상 전투 :신출귀몰한 선상 어드벤처
영화 속 함대전은 전함끼리 화살'총'대포를 쏘는 장면만 그리지 않는다. 적함으로 건너가 칼과 창을 맞대고 싸우는 선상 전투가 백미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이 탑승한 대장선은 나머지 11척의 아군 전함을 뒤에 두고 홀로 왜군 함대와 맞선다. 무슨 이유일까. 이윽고 대장선을 사방으로 포위하는 왜군 전함들. 왜군 병사들이 대장선으로 건너와 백병전이 시작되고, 수적으로 불리한 조선 병사들은 위기에 몰린다. 이순신의 목숨도 안전하지 못한 상황. 바로 그때, "걸려들었다!" 이순신의 어떤 신통한 전술이 펼쳐지고, 전세는 역전된다.
이 밖에도 영화 명량에서는 선상 전투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선상 전투의 매력은 최근 개봉한 국산 영화 '해적'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해적은 김남길과 손예진 두 주인공과 유해진과 박철민 등 영화계 감초 조연들이 펼치는 좌충우돌 선상 어드벤처를 그린다. 특히 멜로 연기로 잘 알려진 미녀 배우 손예진이 배 위를 휘저으며 펼치는 액션 연기가 주목받고 있다.
줄을 타고 날아다니고, 춤추듯 싸우는 선상 전투를 본격적으로 유행시킨 영화는 할리우드의 '캐리비안의 해적'이다. 선상 전투에 능한 주인공 해적 '잭 스패로우' 역을 맡은 조니 뎁의 전속 출연으로 더욱 유명하다. 2003년 1탄을 선보인 이 작품은 2017년 5탄 개봉이 확정돼 있을 정도로 장수하고 있다.
◆ 전함의 위용:엄청난 규모 자체가 볼거리
함대전 영화는 전함의 위용으로 영상에 웅장함을 불어넣는다. 할리우드 영화 '배틀쉽'(2012)은 지구 연합 함대가 외계 함대와 벌이는 전투를 그리고, '진주만'(2001)은 함대가 공습당한다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각종 항공모함이 그 자체로 볼거리다.
함대전 영화의 궁극은 어디쯤일까. 배경을 바다가 아닌 우주로 옮기고, 전함의 크기'속도'무장을 상상 이상으로 끌어올린 작품이 있다.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도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 (2005)는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는 함대전의 장관으로 마니아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같은 할리우드 영화인 '스타트렉' 시리즈는 우주 전함 엔터프라이즈호의 우아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영화 명량의 대흥행을 계기로 제작진이 미리 밝혔듯이 '한산'과 '노량' 등 후속작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각 이순신이 지휘한 한산도 대첩과 노량해전을 그릴 예정이다.
특히 영화 한산은 세계 4대 해전으로 불리는 한산도 대첩에서 거북선을 포함한 조선 전함 50여 척이 구사했던 학익진(날개를 펼친 학의 모습처럼 적을 포위하는 전술)의 엄청난 위용을 여실히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영화 명량에서 고군분투하던 이순신 대장선 단 1척의 위용도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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