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팔레스타인의 원한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대표자가 없으면 모든 식민지는 그 식민지가 제공하는 가치보다 더 큰 골칫거리이자 반란세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스미스는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세수를 기반으로 대표자수를 정하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영국 의회에 더 많은 미국 대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선견지명이다. 미국 독립전쟁은 식민지에 대한 '대표 없는 과세'가 촉발시켰다.

훗날 두 번이나 총리에 오른 윌리엄 피트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신세계의 식민지 대표를 포함시켜 의회를 더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를 위해 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매사추세츠 대표로 각각 4명, 자메이카 대표 3명, 뉴욕 대표 3명, 캐나다 대표 2명, 카리브해 제도의 섬 대표 각 1명을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영국 지배층은 이런 제안을 수용하지 않고 인지세법, 차 조례 등 약탈적 법령을 잇달아 강제했다. 이에 저항한 식민지 주민들의 봉기에 영국은 무력진압으로 대응했지만 가망 없는 전쟁이었다. 피트는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1777년 하원에서 한 마지막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약탈할 수는 있으나 정복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불가능해요. 미국인들을 정복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에 대한 가정은 무의미하다지만 만약 영국이 승리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미국의 경제학자 글렌 허버드와 팀 케인은 이런 대답을 내놓는다. "영국군이 조지 워싱턴을 죽이고 혁명을 진압했다고 가정해보자. 미국인들이 가진 자유의 정신이 계속 억압당한 채로 있었을까? 애덤 스미스와 윌리엄 피트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은 미국인이 분노를 다음 세대로 전해 새롭게 반란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강대국의 경제학')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땅굴 32개를 모두 파괴했다며 가자지구에서 완전 철수해 '공세'에서 '방어' 태세로 전환할 방침을 밝혔다. 가자지구 침공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 승리는 민간인 1천850명을 학살해 얻은 '더러운' 승리다. 그러면 이 더러운 승리가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영원히 억누를 수 있을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원한을 다음 세대로 전해 새롭게 저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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