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장어를 파는 곳은 전국적으로 '명소'가 되고 있다. 최근 가장 유명한 곳은 전북 고창의 선운사 입구에 즐비한 풍천장어구이집들이고, 부산 자갈치시장 주변의 꼼장어(먹장어) 구이집들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요즘은 장어 무한리필 구이집도 속속 생겨나 '장어는 비싼 음식'이라는 편견도 점점 깨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명소'의 공통점은 '장어를 구워서 먹는다'는 점이다. 다르게 먹는다고 해도 장어 뼈를 고아 장어탕으로 먹는 정도다. 이번에는 장어를 조금 색다르게 먹어 보기로 했다. 바로 '샤브샤브' 형식으로 먹는 것이다. 전남 여수에서는 '하모 유비끼'라는 일본식 이름의 갯장어 샤브샤브를 즐기는데, 이 맛을 대구에서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여수에서 온 맛 그대로
대구 수성구 중동에 위치한 '남도음식명가 하모하모(하모하모)'는 여수의 하모(갯장어) 샤브샤브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하모하모의 공동 창업자 김동찬(45) 사장은 "'하모'는 일본말로 '갯장어'를 일컫는 말이지만 발음으로만 따지면 경상도 사투리 표현으로 '그럼'이라는 뜻으로 쓰이다 보니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름지었다"고 말했다.
골프동호회인 '메사회'가 대구 수성구 중동에 위치한 '남도음식명가 하모하모'를 자주 찾는 이유는 바로 갯장어 샤브샤브 때문이다. 한 지인의 추천으로 지난 6월 말 들렀다가 맛 본 갯장어 샤브샤브에 반한 이들은 라운딩을 끝내거나 이런저런 모임을 할 때 무조건 이곳을 찾는다. 메사회 회원인 길영곤(47) 씨는 "예전에 여수에서 잠시 일할 때 맛 보았던 갯장어 샤브샤브의 맛을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여수의 맛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주 재료인 갯장어와 밑반찬 중 갓김치는 매일 여수에서 공수해 온다. 하모하모의 정애정(43) 실장은 "갯장어는 여수 경도 해역에서 그날 잡은 갯장어를 매일 배달받아 쓴다"며 "여수와 대구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신선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5초만 참으면 갯장어는 꽃이 된다
샤브샤브를 위해 준비되는 갯장어는 특별한 손질과정을 거친다. 먼저 장어의 머리와 뼈를 발라낸 뒤 장어 살코기에 약 5㎜ 간격으로 칼집을 낸다. 그 뒤 한 입 크기로 썰어놓는다. 이후 장어의 뼈를 고아 만든 육수가 끓을 때 배추, 팽이버섯, 부추 등의 채소를 넣고 채망에 썰어놓은 갯장어 한두 점을 넣어 약 5초간 데친다. 메사회 회원 정시영(48) 씨는 "끓는 육수 속에서 칼집을 넣은 갯장어를 넣고 5초만 기다리면 갯장어가 익으면서 칼집을 낸 부분이 벌어지고, 고기가 껍질 쪽으로 말리는데 우리는 이를 보고 '꽃처럼 피어난다'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다 익은 갯장어를 먹는 방법도 남달랐다. 깻잎 위에 큼직하게 썰어진 빨간 양파 한 조각을 놓고 그 위에 데친 갯장어 한 조각을 간장과 다진 고추를 섞어 만든 양념장에 찍어 양파 위에 얹는다. 그다음 기호에 맞게 마늘이나 방풍나물 장아찌, 갓김치 등을 얹어 쌈을 싸 먹으면 갯장어의 담백함과 다른 쌈재료들의 향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메사회 회원 김순금(45) 씨는 "이 담백함에 우리 메사회 회원들이 푹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봄'여름은 하모, 가을'겨울은 새조개
새조개, 조개관자, 차돌박이를 구워 김치나 다른 쌈채소와 함께 싸먹는 '새조개 삼합'도 색다른 맛이다. 발이 상당히 길어 껍데기를 까면 모양이 작은 새와 비슷하다 해 이름붙여진 새조개는 사실 샤브샤브로 먹어도 맛있다. 정애정 실장은 "새조개는 지금보다는 겨울이 되면 살이 올라 더 맛있다"고 귀띔했다. 삼합 구이로 나온 새조개 한 점을 끓고 있는 샤브샤브 육수에 살짝 담갔다가 꺼내 먹었더니 쫄깃한 식감과 함께 갯내음이 씹을수록 올라왔다.
샤브샤브로 먹든 삼합으로 먹든 새조개도 오래 익히면 안 된다. 오래 익히면 살이 질겨지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차돌박이와 조개관자, 쫄깃한 새조개가 어울려 새로운 맛의 하모니를 만들어내 먹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하모하모의 공동 창업자 배봉규(50) 사장은 "요즘 입소문을 타고 갯장어의 맛을 느끼러 오시는 손님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담백한 맛과 영양가로 따지면 올여름 장어만한 보양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하모(갯장어) 샤브샤브 대 11만원 중 7만원, 새조개 삼합구이 대 10만원 중 6만원, 장어탕 1만5천원, 멍게비빔밥 8천원
△ 규모 : 80여석
△ 주차장 : 16대
△ 예약 : 053) 768-9585 대구 수성구 들안로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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