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여는 효제상담뜨락] 철없는 부모 밑에서 크는 아이도 힘들다

부모라 해서 다 온전한 부모이겠는가. 청소년 상담을 하다 보면 그들의 문제행동 이면에는 바뀌어야 할 부모의 증상들이 고스란히 잔재한 것을 보게 된다. 부모가 예의범절이 결핍돼 인간관계에 성숙미를 발휘할 수 없으면 아이도 곳곳에서 인간관계에 무례함을 보이며 똑같은 모습으로 자라나게 된다. 부모가 가족 간 문제를 폭력적으로 해결하면 아이도 여지없이 가족이나 타인에게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아이가 되더라는 것이다. 또한 부모가 자존감이 낮아 우울한 일상을 보내면 아이도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

이들 부모가 자녀들을 양육할 때 사용하는 주된 코칭 방침은 자기가 경험한 양육 방식의 재료들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러하듯, 자식을 키우고 성장시켜 나갈 때, 자기 마음 주머니에 들어 있는 경험적 재료들을 나누고 주고 먹인다. 성숙한 부모는 귀한 자녀에게 예절과 인간됨의 도리를 일찍부터 먹여 사랑받고 성공하는 자녀를 만들어 간다. 용기와 격려를 먹이는 부모는 소신 있으며 자기 자신에 대한 효능감을 높이는 자녀를 만든다. 이렇듯 자식을 향한 사랑의 절제와 균형감을 잘 지켜가는 부모 밑에서 크는 아이는 자연스럽게 성장을 이루어 간다. 그러나 자식이 귀하다는 이유로 과잉보호하며 온갖 시중과 넘치는 욕구에 대한 허용을 과하게 먹이는 부모는, 자녀가 자기책임에는 무능하면서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는 타인의 권리를 짓밟는 욕심 많은 아이로 만들어 간다. 자식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부모는 다시 부모에게 거침없는 무례한 언행으로 역공습하는 자식을 만든다. 부모는 자식에게 있어 거울이다. 부모의 거울에 때가 묻어 있거나 흠이 나 있으면 그 거울에 비친 자식의 모습도 그와 같은 모습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이를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아는 부모, 무엇은 칭찬하고 무엇은 따끔하게 야단쳐서라도 인성의 기초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아는 부모는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어른이며 좋은 부모이다. 그러나 인격이 안정되게 안착되지 못한 부모, 그래서 아이에게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서툰 부모, 아이 마음을 달랠 줄 몰라 아이와 끝없이 싸우는 철없는 부모. 그런 부모를 둔 아이들은 상담실에서 필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보다 더 철없는 부모 밑에서 크는 자기도 힘들다"고.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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